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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운대역’은 되고‘둘리역’은 왜 안되나요?
개명, 성공한 역 & 실패한 역



지하철역명도 종종 이름을 바꾼다. 서울시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한 지명위원회를 열고 지하철역 이름을 결정한다. 기준에 따라 개명에 성공한 지하철역과 실패한 지하철역을 살펴봤다.

지하철역 개명은 주로 주소지에 따른 혼동을 막기 위해 이뤄진다. 2013년 1호선 광운대역으로 이름을 바꾼 성북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하철역도 종종 이름을 바꾼다. 다만 개명을 위해서는 서울시 지명위원회가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둘리테마역으로 탈바꿈한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은 개명에 실패했다.

▶“성북역이 왜 노원구에 있죠?”=노원구 월계동에 있던 성북역의 첫 모습은 1911년 문을 연 경원선 연촌역이었다. 1963년 성북구 관할로 바뀌면서 성북역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1973년 관할지가 도봉구로 바뀌어도, 1988년 도봉구에서 노원구가 분리되어 노원구에 몸 담게 된 상황에서도 계속 성북역으로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노원구민들은 이에 역명 변경을 수차례 요청했다. 노원구는 바꿀 역명을 공모했다. 구민 투표 결과 광운대역이라는 새 현판을 달기로 했다.

같은 연도 4호선 미아사거리역으로 개명한 미아삼거리역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강북구 미아동 내 장위동, 종암동, 돈암동 세 갈래 길에 위치하고 있어 미아삼거리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혼란은 2004년 수유 방면으로 넘어가는 미아고가차도가 철거되면서 시작됐다. 공사 때문에 삼거리가 사거리로 바뀌었다. 강북구는 일대가 쇼핑ㆍ문화 복합단지로 유동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교통 불편을 없애기 위해 즉시 이름을 바꿨다.

한 역을 두개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4호선 총신대입구역과 7호선 이수역이다. 4호선 건설 당시 이수역으로 명칭을 확정했으나 총신대학생들이 시위를 하며 총신대입구역으로 변경됐다. 이후 7호선이 건설되고 7호선 남성역을 총신대역으로 바꾸고 총신대입구역을 이수역으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역명 변경에 반대하는 시민이 소송까지해 총신대입구역을 유지하게 됐다.

시대 흐름에 맞춰 바꾼 사례도 있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은 원래 구로공단역이었다. 2000년대 이후 구로공단 인근에 정보통신, 인터넷 정보 등을 다루는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2004년 개명 절차를 마쳤다.

당시 구로구 고위 관계자는 “구로공단역 일대가 최첨단 산업단지로 탈바꿈한 만큼 20년 가까이 써오던 이름도 바꾼다”며 “지금껏 공단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보ㆍ이해관계로 개명 건의했지만=9호선 봉은사역은 한때 코엑스역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논쟁이 일기도 했다. 작년 2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은 개통을 앞둔 봉은사역에 대해 “특정 종교사찰 이름을 역명으로 둬선 안 된다”며 주장했다. 개신교 측은 봉은사역을 코엑스역으로 바꿀 것을 서울시에 항의했다.

서울시는 “역 인근에 봉은사가 있어 결정된 것”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명위원회가 절차에 맞게 처리한 사항”이라고 거부했다. 논쟁은 법정까지 이어졌다. 한국교회연합 등은 항의와 동시에 서울시장 상대로 봉은사역명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이에 “한교연 등이 주장하는 권리는 민사소송으로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며 각하했다. 또 “서울특별시장은 행정청이기 때문에 민사소송법상 당사자 능력이 없다”며 “부적합한 소송”이라고 일축하면서 논란을 마무리했다.

도봉구는 4호선 쌍문역을 ‘쌍문(둘리)역’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서울시지명위원회는 2014년에 이어 작년 10월에도 도봉구의 이 같은 건의를 부결했다.

도봉구 관계자는 “작년 7월 개관한 둘리뮤지엄 등의 홍보 목적으로 역명 병기를 건의했었다”면서 “지금껏 캐릭터 이름을 역명에 내건 선례가 없어 부결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당시 위원회에서는 역명을 바꿀 만큼 주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고 전했다.

강문규ㆍ이원율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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