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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신천역…‘잠실’이름표 달았다
“신촌과 헷갈려”잠실새내역으로

역명 변경 온·오프서 논쟁 후끈

“잠실프리미엄 노린 님비”비판에

“이름 예뻐” “불편감소”긍정의견도




“30년 동안 아무렇지 않게 쓰던 이름인데 이제와서 헷갈려서 바꾼다구요?”

1980년대 잠실에서 초중고를 다닌 김 모씨(50) 씨는 지하철 신천역의 이름이 바뀐다는 소식에 적잖이 의아해했다. 2호선이 생길 당시부터 신천역 주변에서 모임을 갖거나,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신촌역과 혼동한 적은 없었다. 물론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이 그럴 수는 있겠지만, 그런 정도의 이유로 수많은 시민이 쓰던 역 명칭을 변경하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이 지난달 15일부터 잠실새내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사진은 바뀌기 전 표지판과 바뀐 후 표지판(오른쪽) 모습.

그는 “부산에서도 기업명으로 역명을 바꾸기로 해 논란이 된 걸로 안다.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라면 여론수렴절차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15일 신천역을 잠실새내역으로 바꾸는 도시철도 역명 확정 고시하고 안내표지판 등 정비공사는 같은달 29일 마쳤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이름이 지난 연말 잠실새내역으로 바뀐 점을 두고 ‘지역 이기주의’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2호선 신촌역과 발음이 비슷해 역명을 바꾸자는 민원이 많았다고 하지만 ‘잠실’ 프리미엄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지적의 핵심이다. 이로써 지하철 2호선에는 잠실새내역, 잠실역, 잠실나루역 등 ‘잠실’이라는 이름이 세 차례 연속해서 등장하게 됐다. 잠실새내역의 ‘새내’는 신천(新川)의 순우리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초를 중심으로 신천역의 이름을 바꾸자는 송파구민 민원이 잇달았다. 대부분 같은 2호선인 신촌역과 발음이 비슷해 혼동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행정구역 상 신천동이 아닌 잠실동에 역사가 있다는 점도 주요 의견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10월 서울시지명위원회를 열고 개명을 공식 승인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잠실새내(신천)역을 찾아 시민 의견을 들어보니 10명 중 9명은 이 같은 결정에 의아해 했다. 이들은 바뀐 이름에 굳이 잠실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했느냐며 입을 모았다.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학원강사 김상진(30) 씨는 “헷갈린다면 새내역으로만 바꿔도 충분하다”며 “잠실은 억지로 끼워넣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잠실나루역과 잠실역이 있는데 잠실새내역으로 이름을 지으면 더 헷갈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영업자 이영필(65) 씨는 “잠실이란 단어를 갖고 집값 상승 등 덕을 보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오랜 시간 지켜온 친숙한 이름이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버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잠실새내역 2번 출구 인근에 있는 A부동산 관계자는 “신촌과 이름이 혼동된다고 잠실을 붙였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잠실본동과 잠실2동 주민들이 신천역을 잠실새내역으로 바꾸자는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안다”이라며 “잠실이란 이름에서 얻는 후광효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개명을 둘러싼 논란은 온라인도 뜨겁게 달궜다. 서울메트로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올린 관련 게시글에는 단번에 2400여개 댓글이 달렸다. ‘이해관계에 얽힌 막 지은 이름처럼 보인다’, ‘새내 앞에 잠실을 붙이는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70% 이상이었다. 한 네티즌은 “송파구를 잠실구로 만들고 있다”며 “태어난 고향이 강제로 사라지는 ㆍ느낌이 들어 답답하다”고 강도 높여 비판하기도 했다.

개명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대학원생 이원정(27ㆍ여) 씨는 “한자 이름보다 새내라는 우리 이름이 더 예쁘게 들린다”라며 “(잠실을 붙이는 것도)지역 고유 특성을 나타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서초구 양재동에 살고 있는 주부 이예솔(33ㆍ여) 씨는 “얼마전 택시기사가 신천을 신촌으로 잘못 듣고 5000~6000원 낼 거리를 3만원 이상 낸 적이 있다”며 “이제 잠실이라는 지명이 붙어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문규ㆍ이원율 기자/mk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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