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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드, 결국 백기투항…車 업계부터 몰아친 ‘트럼프식 기업때리기’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미국의 자동차사 포드(Ford)가 멕시코 지역에 16억 달러(한화 1조9300억원) 규모 소형차 공장 건설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트럼프의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기업때리기’ 광풍이 자동차 업계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즈(FT) 등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혔던 멕시코의 산루이포토시(San Luis Potosi)의 소형차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책정된 16억 달러 투자금 가운데 7억 달러(8400억원)를 미국 미시건 지역에 투자해 700개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미시간의 플랫 록 조립공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새 의회가 추진하는 정책이 이번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세제와 규제 개혁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포드는 이번 투자로 미래차, 전기차 생산 위한 시설을 확충한다. 포드는 이 곳에서 머스탱이나 링컨 컨티넨탈의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을 생산, 출시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멕시코,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해야 하는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산업을 언급해왔다. 그는 후보시절부터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GM과 포드와 같은 자동차사의 멕시코 생산에 대해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차를 생산하면 높은 세율을 매기겠다는 구체적인 압박을 가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사들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생산 기반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포드의 멕시코 공장 건립 철회 결정도 트럼프의 이 같은 인식에 발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마크 필즈는 멕시코 생산기지 확충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트럼프와 각을 세워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LA모터쇼에서 트럼프의 ‘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 35% 부과’ 공약과 관련, “미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에도 “소형차 생산시설의 멕시코 이전은 강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에 강공을 펼치며 맞섰지만, 결국 포드도 백기 투항한 셈이다.

이번 발표가 트럼프 당선자가 트위터에 포드의 경쟁사인 미국 자동차사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뒤 몇 시간 만에 이뤄진 것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GM을 타깃으로 “GM은 멕시코에서 만든 ‘셰비 크루즈’를 미국 판매점에 보낼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미국서 차를 만들거나 아니면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GM은 “오하이오 주 생산공장에서 셰비 크루즈 세단을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한다”며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쉐보레 크루즈 해치백을 멕시코서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 내 판매량은 소규모”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포드와 같이 GM도 트럼프의 압박에 결국 순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올해 본격적으로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는 국내 업체 기아차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기아차는 올해 25만대의 생산 목표를 수립했지만, 미국의 변화에 따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멕시코도 포드의 투자 철회 결정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멕시코에는 기아차를 비롯해 GM, 포드, 르노-닛산 등 9개 자동차 업체가 진출해있다. 멕시코 경제부는 3일 성명을 통해 “(미국 자동차업체의 생산시설 이전으로) 멕시코에 생긴 일자리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다”며 “(멕시코로 생산시설을 이전하지 않았다면) 아시아와의 경쟁 탓에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기업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항공기 제작사 보잉을 향해 “42억달러가 넘는 ‘에어포스원’ 제작 비용이 너무 높다”고 비난해 결국 할인 약속을 받아냈고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에는 일자리를 미국 국내에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듯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미국 언론들은 “취임 전부터 그가 가장 강조해온 보호무역주의 기반으로 한 기업때리기가 자동차 업계부터 서서히 몰아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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