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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동구 소녀상 설치에 일본 당국 철거 요구
- 정부, 여론과 日 압박 사이 진퇴양난

[헤럴드경제]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되면서 향후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소녀상 설치 불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부산 동구청이 입장을 급선회했지만 일본 정부가 설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외교적 마찰도 우려된다.

일본 당국자는 소녀상이 설치된 이날 곧바로 우리 정부에 항의의 뜻을 표하며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향후 이번 사안에 대해 한일 양국의 외교 당국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한동안 이어진 전반적인 한일관계 개선 흐름에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후에도 소녀상이 잇달아 설치되면서 이미 전국에 36개의 소녀상이 세워졌으나, 이번에는 설치 장소가 일본영사관 앞이라는 점에서 일본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여지가 큰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종로구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처럼 일본 정부를 겨냥한 직접적 압박이 될수 있는 데다 나아가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운동의 또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건립 추진에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힌 데 이어, 일본영사관 측도 “소녀상 절대 불가” 방침을 담은 공문을 동구청에 보내는 등 일본 측이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것도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향후 일본이 다양한 기회를 활용해 우리 외교 당국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한 뒤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일본은 공관 접수국에 ‘공관 지역 보호와 품위 손상 방지 조치’ 의무를 규정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입각해 서울 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 요구했던 만큼, 앞으로 부산 소녀상에 대해서도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의 유사 조항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작년 위안부 합의에 한국 정부가 이행해야 할 일에 포함된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 노력’을 실천하라는 압박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국내 여론과 일본의 압박 사이에서 어려운 입장이 됐다.

지난해 위안부 합의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등으로 말미암은 국정 동력 약화 상황에 소녀상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본 측 인사들의 잇따른 ‘문제적 언행’으로 위안부 협의와 나아가 일본 당국에 대한 국내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인 만큼 이번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한일 양국의 후속 조치가 예상치 못할 파급력을 낳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하기까지 일본 정부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9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현직 방위상으로는 처음으로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양국의 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거셌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0월 자국 국회에서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추가해 일본 측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 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민진당 오가와 준야(小川淳也) 의원의 질의에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국내의 위안부 합의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재협상론’ 내지 ‘파기론’을 거론함에 따라 한국 안에서 위안부 합의가 위태로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시점에 오히려 한국내 반일 감정에 힘을 싣는 행동을 한 셈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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