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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연금 수사 정치적 잣대에 꿰맞춰선 안돼
특별검사팀이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28일 긴급 체포했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특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한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여부까지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을 지시하고, 삼성은 그 대가로 미르재단 출연과 최순실 일가를 지원했다는 특검의 그림이 착착 들어맞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에 외압이 작용했다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법과 절차에 따른 정상적 투자 판단도 절대 존중돼야 한다. 사회 분위기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무리하게 배임죄를 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처럼 자산규모가 500조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기관의 투자활동에 일일이 배임 여부를 따진다면 제대로 된 자금 운용이 불가능하다. 실제 국민연금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검찰 수사와 국회 특위 조사, 특검 수사까지 받는 바람에 내년도 투자계획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상태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대목은 삼성 합병의 찬반 여부에 따라 ‘선’과 ‘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다. 모든 투자는 철저하게 경제논리에 따라 이뤄진다.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도 마찬가지다. 설령 권력층의 ‘찬성’ 압박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힘에 굴복했다기 보다는 실질적 이득이 된다고 보고 동의했을 수도 있다. 합병 찬성 결정 결과를 놓고 봐도 그렇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각각 11.2%와 4.8%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가금액으로 따지면 1조2000억원 내외로 엇비슷하다. 적어도 합병비율 때문에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거꾸로 국민연금이 반대해 합병이 무산됐다면 경영권 혼란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물론 여타 삼성그룹 주식들도 타격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합병이 주가 급락을 막고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 중 9곳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 가결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 주가와 실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논리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미는 건 시대 역행적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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