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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뉴스’ 진흙탕 싸움에 빠진 미국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사회가 ‘가짜 뉴스(fake news)’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에 빠졌다. 주류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가짜 뉴스’ 덕택에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비판하고, 트럼프 당선인을 비롯한 극우세력은 오히려 주류 언론이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가 서로를 ‘가짜’라고 지목하는 통에 뉴스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초 ‘가짜 뉴스’라는 단어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을 온라인상에 유포한 것을 의미했다. 가령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거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IS에 살상무기를 판매했다는 사실을 위키리크스가 폭로했다는 뉴스가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 무수히 공유됐는데 이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에 선거 이후 미국에서는 가짜 뉴스가 트럼프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


반면 최근 극우세력은 뉴스가 전하는 사실의 참거짓 여부와는 무관하게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 자신들의 성향과 반대되는 뉴스에 ‘가짜’라는 낙인을 씌우고 있다. 가령 미국의 극우매체 ‘브레이트 바트’는 최근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중앙정보국(CIA)이 결론내렸다는 주류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좌파의 가짜 뉴스”라고 평가했다. 대선 결과에 승복하기 싫어서 핑곗거리를 꾸며냈다는 것이다.

또 음모론 사이트인 ‘인포워스’의 알렉스 존스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백악관에 들어가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CNN의 보도가 ‘가짜 뉴스’라고 했다. 극우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는 “가짜 뉴스는 (주류 언론이) 매일 내는 뉴스다. 그들은 그것을 꾸며낸다”라고까지 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자신이 NBC 방송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 총괄 프로듀서 자리를 대통령 취임 후에도 유지한다는 보도가 이달 초 나왔을 때, 트위터에다 “웃기고 사실도 아닌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자 마크 버넷은 트럼프가 총괄 프로듀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최근 ‘핵 능력 강화’ 발언과 관련해 보도한 NBC뉴스에 대해 “‘세계가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라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며 “이는 부정직하다”라고 비판했는데, NBC는 트럼프의 발언을 한 부분도 누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극우 세력의 이런 전략은 꽤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들은 주류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믿음의 근간을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보수 라디오 진행자인 존 지글러는 “우리는 수년 동안 우리 청자들에게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면 무얻이든 믿지 말도록 세뇌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많이 진행됐다”라며 “주류 언론들이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서 모든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이를 뒤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극우세력이) ‘가짜 뉴스’라는 단어를 넓게 정의하고 그 의미를 희석함으로써, 모든 정보제공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은 이달 중순 이를 차단을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발표한 바 있다. 이용자들이 가짜 뉴스를 신고하면 독립된 외부 기관이 팩트 체킹을 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미디어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팩트 체킹을 할 외부 기관 역시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세력은 심지어 팩트체크 국제 규약을 준수하며 당파성이 없는 ‘스놉스’(Snopes.com)나 ‘팩트체크’(FactCheck.org) 같은 사이트가 검증한 사실에 대해서까지 ‘가짜’라고 몰아붙이고 본다.

존 지글러는 “우리는 의견이 맞지 않으면 차단할 수 있는 분열된 미디어 세계에 살고 있고, 사람들은 믿고 싶은 이야기에만 노출될 수 있다”라며 “불행히도 진실은 인기가 없고, 그럴 듯해 보이는 가짜 이야기는 매순간 엄혹한 진실을 이기고 있다”라고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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