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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대통령도 타고 비명횡사한 러시아 군용기, 투폴레프(Tu)-154기의 흑역사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지난 25일 오전 러시아 소치에서 시리아 라타키아로 향하던 중 흑해에서 추락한 투폴레프(Tu)-154 기종의 안전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Tu-154기는 1968년 처음 생산된 이후 최소 110건의 항공사고를 일으켰다. 러시아 당국은 테러의 가능성을 포함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타스 통신은 전문가들이 테러보다는 기체 결함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항공회사 투폴레프의 이름을 따 개발된 군용기 Tu 기종은 잦은 기체 결함 및 낙후된 부품으로 각종 항공사고를 일으켰다. 특히 Tu-154는 각종 항공사고로 도마에 오른 기종이다. Tu-154는 러시아 항공우주업체 투폴레프가 옛 소련 시절 개발해 1966년 처음 비행한 여객용 항공기로 1998년까지 1000대 이상 생산됐다. 

[사진=게티이미지]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이 2만 2000여 명에 달하는 폴란드인을 학살한 ‘카틴 학살’의 희생자를 추모하려고 러시아에 향했다가 항공 사고로 사망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전 대통령이 탄 기종도 Tu-154기였다. 당시 폴란드 대통령과 폴란드 망명정부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리샤르트 카초로프스키, 하원 부대변인, 상원 부대변인, 육해군 사령관과 참모총장 등 폴란드를 이끄는 수뇌부 인사 모두가 참변을 당해 폴란드가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졌다.

1994년 1월에는 Tu-154기가 러시아 이르쿠츠크 공항 이륙 직후 추락해 1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같은 해 중국 항공 소속 Tu-154기가 시안에서 추락해 160명이 숨졌다. 1995년에도 추락사고가 발생해 95명이 사망, 1996년에는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섬에서 Tu-154기가 추락해 탑승했던 141명이 비명횡사했다. 1997년과 1998년, 1999년에도 각 1건의 Tu-154기 관련 항공사고가 발생해 61~8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항공사고는 2000년도에도 계속됐다. 2001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이르쿠츠크로 향하던 Tu-154기가 추락해 145명이 사망했다. 2002년에는 각각 2월과 7월 Tu-154기가 추락하거나 화물기와 충돌해 총 200여 명이 사망했고, 2004년과 2006년에도 한ㆍ두 차례의 Tu-154기 관련 항공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2010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전 대통령이 탔던 Tu-154기가 조종사 과실로 추락해 탑승자 96명이 사망했다. 지난 2011년에는 러시아 민간항공기가 소유하고 있는 Tu-154B기에서 이륙 직전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4년 12월에는 Tu-154기가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 활주로를 이탈하던 중 고장이 나 2명이 사망했다.

한편, 25일 추락한 Tu-154기에는 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군합창단인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들은 시리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 공군기지 등에서 장병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은 남성 합창단 특유의 장엄한 음색으로 러시아의 감성을 표현하며 러시아 3대 합창단으로 꼽혀왔다.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Tu-154기 승무원들은 사고 발생 직전까지 조난 신고를 보내지 않았다. 타스 통신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기체결함이나 조종사의 미숙이 사고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테러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기는 1983년 생산된 기기로, 30년 이상 총 6689시간을 비행했다. CNN 방송은 사고 항공기가 올해 9월 정기점검을 받았지만, 기기 자체가 낙후됐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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