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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不戰맹세’ 두얼굴의 아베
위안부·난징대학살 공식인정 안하면서
국내선 개헌·밖으론 화해외교 치밀한 행보


철권외교(iron-fist diplomacy)가 판을 치는 ‘스트롱맨’(strongman) 시대에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의 ‘화해 외교’가 밀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베는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해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로 미ㆍ일 동맹를 재강조하는 한편, ‘전후체제의 종언’으로 새로운 외교관계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부전 맹세’는 ‘전후체제 종언’으로 나아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베가 “비둘기(평화)의 탈을 썼지만 매(강경)파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아베는 측근들에게 이번 방문이 “전후 담론을 끝내는 역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습공격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는 없지만 아베가 연출한 부전맹세와 희생자 추도의 ‘화해 장면’은 미ㆍ일 관계에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시점에서 치러지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마지막 회담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로이터 통신은 칼럼에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아베 총리에게 유리한 정치상황을 연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베 내각의 개헌과 아베노믹스의 명분을 살려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로이터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지일파”라며 “더구나 아베의 자민당은 미 공화당과 원래 친했다. 트럼프가 아시아 세력균형에 무관심한 것도 아베 총리에게는 자신의 정치적인 숙원인 헌법 개정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본 재팬비즈니스 프레스는 아베가 오바마와는 화해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쳤다면, 트럼프와의 ‘골프 외교’를 통해 친밀함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베 총리는 안보 동맹이나 내각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화해 외교를 펼쳐왔다. 위안부 합의로 한ㆍ미ㆍ일 안보 공조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변수를 제거했고, 한일 군사정보공유협정(GSOMIA)까지 이끌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이끌어내 미ㆍ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안보법안 성립으로 흔들렸던 지지율도 공고히 했다. 아베 내각이 위안부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기억유산을 불편해 하고 난징대학살의 피해규모 등을 공식 인정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아베의 화해 외교는 지극히 계산적이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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