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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급변동 환율은 한국경제의 이중고
환율 상승세가 심심찮다. 지난주말 9개월만에 1203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26일 연말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1200원을 넘겨 거래를 시작했다. 그나마 2주만에 2원 가량 떨어진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다. 급진적인 전망은 내년 13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도 하지만 이제 시장에서도 내년 평균 1200원대 환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환율 등락에 따라 무역과 금융시장은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환율은 양날의 칼이다. 하지만 최근엔 환율 상승의 긍정적 효과는 줄어들고 부정적 효과가 강조되는 추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환율 상승은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불러온다. 투자한 돈을 달러로 바꿔 회수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고환율이 치명적이다. 아직 큰 흐름은 아니지만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빠져 나가는 외국 투자자금도 없지 않다.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돈 9조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한데 환율상승이 수출증가에 주는 도움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15년간 158개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3∼2006년)에는 환율을 1% 올리면 수출이 0.56% 늘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2012~2015년)에는 수출 증가가 0.28%에 그쳤다.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 움직임으로 인해 환율의 수출 증대 효과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일본의 엔화 환율은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 달러당 104엔대에서 118엔대로 13% 가량 급격히 올랐지만 수출은 전월대비 4.5% 가량 늘어났을 뿐이다.

수출증대 효과가 줄어든다면 반대로 수입감소 효과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경우 대미 수출 증가에 수입 감소까지 겹치게 되면 지난해 기준으로 258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더 커질 수 있다. 안그래도 환율조작국 지정 운운하는 미국의 통상 압력과 환율 인하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하라는 얘기도 조언을 넘어 권고압력 수준으로 강화될 수 있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이제 한국경제의 이중고다. 그런 점에서 불과 2주만에 달러당 36원, 3%에 가까운 환율 상승세는 상당히 주의해서 봐야 할 상황임이 분명하다. 환율 급변동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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