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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부 장관에 남성 임명한 레바논 정부… 비판 고조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레바논 정부가 초대 여성부 장관에 남성을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논란의 주인공은 진 오가사피안으로 군인 출신의 중도 우파 정치인이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18일 새로운 통합내각 출범을 알리며 그를 비롯한 신임 장관 30명을 발표했다. 하리리 총리는 새 내각에 반부패장관과 여성부장관을 신설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여성부장관에는 남성을 임명했다. 30명의 신임 장관 중 여성은 오직 한 명 뿐이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 사진=게티이미지]

여성단체들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유명 여성단체 KAFA는 “(남성을 임명한 것은) 여성에 대한 모독이다”라며 “여성이 없으면 정통성도 없다(No women, no legitimacy)”는 슬로건을 걸고 저항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영국 출신의 레바논 작가 나스리 아탈라 역시 “이것은 멘스플레인(mansplainㆍ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레바논은 주변의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대해서는 여성 인권 상황이 좋은 편이지만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가정폭력이 흔하고, 강간범이 피해자와 결혼하면 기소가 중지되는 법도 있다. 레바논 여성이 외국인과 결혼해 낳은 자식은 레바논 시민권도 받을 수 없다. 특히 여성의 정치 참여도가 낮아 여성부 신설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남성을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기대를 일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다른 부처 장관들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여행부 장관은 물리학 전공자이고, 문화부 장관은 의사 출신이다. 농림부 장관은 변호사, 공공건강부 장관은 엔지니어링 전공자다.

한편 레바논은 2014년 5월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정파 간 갈등 등으로 새 대통령을 뽑지 못하다가, 지난 10월에야 미셸 아운을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하리리 총리는 내각 구성을 발표하면서 “새 정부는 시리아 내전의 부정적 효과로부터 이 나라를 보호하는 일을 우선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레바논에는 현재 시리아 난민 120만 명이 머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레바논 전체 인구에서 대략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재 레바논에서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지지를 놓고 수니파-시아파 간 국론이 분열돼 있다. 하리리 총리는 시리아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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