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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트윗 한줄로…美-러 핵경쟁 방아쇠 당긴 트럼프
푸틴 “핵 전투력 강화” 주장에
“핵능력 강화·확장해야” 맞불
WP “군비경쟁 망령 부활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같은 날 ‘핵 능력 강화’ 의지를 밝히고 나서면서 핵무기 군비 경쟁이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 내용의 의미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날 핵무기 및 전략을 관할하는 군 장성들을 포함해 미군 고위급 인사들과 회동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핵 능력을 큰 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트윗.

트럼프의 트윗은 푸틴이 핵 전력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이날 푸틴은 모스크바에서 국방 문제에 대해 연설하며 “전략 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현존하거나 앞으로 개발될 미사일 방어체계를 돌파할 수 있을 정도로 미사일의 성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198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 온 전 세계적 핵무기 감소 추세가 방향을 전환해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국이 핵무기의 수와 크기를 줄기 위해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을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군비 경쟁의 망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가 정확히 어떤 의도로 발언했는지 불확실한 탓에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현대화 계획 가속화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인지 여부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결정한 핵무기 현대화 계획에는 30년간 약 1조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논란이 가중되자 트럼프 대변인 제이슨 밀러가 진화에 나섰지만 불확실했던 부분이 추가로 규명된 것은 없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밀러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핵확산 위협에 대한 언급으로, 핵무기가 테러리스트들과 불안정한 불량 정권들에게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양국의 핵무기 군비 경쟁 가능성에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대선 선거 운동 과정 당시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 등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아 우려를 고조시켰던 것을 언급했다. 트럼프는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핵무장을 용인한 적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WP는 트럼프의 발언이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 정책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오바마는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연설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세계를 핵 전쟁의 위협에서 해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미국과 러시아는 1991년 체결돼 만료된 전략무기감축협정을 대체할 후속협정 협상을 1년 만에 마무리짓고, 이듬해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조인식을 가졌다. 새로운 협정은 장거리 핵탄두를 2200기에서 1600기로 감축하고, 지상과 해상에 배치된 미사일을 1600기에서 800기로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푸틴은 지난 10월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으로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생기고 있다”면서 미국과 체결한 무기급 플루토늄 관리 및폐기 협정(PMDA)을 잠정 중단하도록 지시하고, 강경 후속 조치를 잇달아 내놓는 등 미국과 핵무기 경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다만 트럼프가 현 행정부와는 달리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이면서 푸틴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폴리티코는 또 트럼프가 지난 3월 뉴욕타임스(NYT)에 핵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당시 “세계에서, 내게 가장 큰 문제는 핵과 (이것의) 확산이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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