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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이 책! ] 미술은 어렵고 가진 자들의 유희?끝까지 술술 읽히는 ‘미술’ 입문서
“미술이요? 한번쯤 공부해보고 싶긴 한데, 먹고살기에도 바쁘고…….”

미술사 입문서를 출간하려고 한참 시장조사를 다닐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책을 꽤 읽는다는 사람부터 전혀 안 읽는 사람까지 “미술 공부할 여유는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요새 대세인 역사 분야처럼 미술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가 있으면 좋지 않겠냐는 ‘답정너’ 식 강요에 마지못해 긍정하면서도, 먹고살기도 힘든데 미술처럼 한가한 이야기가 팔리겠냐며 조심스럽게 걱정을 보탰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동안 미술사 입문서, 특히 국내 저자의 미술사 입문서가 개발되지 못했던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서구권과 달리 우리나라 전체 도서 시장에서 미술 도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예나 지금이나 극히 적다. 그나마 꾸준히 나간 책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인데, 이 책은 영국에서 출간된 지 무려 60여 년이나 흘렀다. 고전의 반열에 들어 꾸준히 책장에 꽂히지만 서양문화에 대해 이해가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읽기에는 다소 어렵다.

즉 새로운 미술사 입문서로서 넘어야 할 산은 크게 두 개였다. 그동안 축적된, 미술 책은 어려울 것이라는 공식, 그리고 미술이 삶과 분리된 고급스러운 무언가라는 편견.

올해 5월 출간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는 이 두 개의 산을 정면 돌파하고자 했다. 저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책 서두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빗살무늬 토기를 설명하며 미술이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통념을 바꾸려 한다. 미술은 문자보다 4만 년이나 먼저 만들어진 소통의 수단이었고,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원초적이고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며 전문 용어가 아닌 친숙한 말로 조곤조곤 설명한다.

저자의 능숙한 안내를 따라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삶 속에 과거의 미술이 어우러져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동굴벽화의 황소를 알게 된 사람이라면 그 터질 듯한 에너지가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 앞의 황소 조각으로 옮겨 왔다는 걸 느낄 수 있고, 고대 그리스 로마의 조각을 알게 된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용 사진에서 알렉산더 동상을 닮은 강렬한 지배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낯선 미술사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 방식도 많은 연구를 했다. 일단 글 읽는 호흡이 점점 짧아지는 요즈음의 독서 습관을 반영하기 위해 강의식 구어체를 택했다.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풍부하게 넣어 내용 이해를 도왔으며, 한번 넘긴 페이지로 번거롭게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사진과 해당하는 본문을 반드시 함께 배치했다.

내년 초에 출간될 3, 4권에 대한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초의 의도대로 이 책이 우리 삶과 미술을 이어주는 데까지 성공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여전히 먹고살기는 힘들고 시대는 혼란스럽다. 어쩌면 힘들고 혼란스러운 만큼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 해 줄 기본 교양이 모두에게 더욱 절실했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4만 년 동안 인류와 함께해 온 미술이라면 삶의 뿌리로 삼기에 충분할 테니까.

사회평론 출판사 편집자 김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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