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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적 전기” vs “끝까지 폭로”…‘반군 철수’ 알레포 엇갈린 시선
“이게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찍는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휴전 합의가 하루 만에 복원돼 반군과 주민들이 철수할 수 있게 됐지만, 현장을 빠져나가는 주민들의 심정은 엇갈렸다. 정부의 승리를 반기며 알레포를 떠나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현장에 남아 시리아 정부군의 무자비함을 끝까지 폭로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BBC방송에 15일(현지시간) 밝힌 밀라드 알세하비는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다.

프리랜서 기자 주히르 알심메르도 마찬가지였다. 알심메르는 철수를 결심했지만, 알레포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현장소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폐허가 된 알레포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아직 5만 명의 주민이 남아있다”며 “3일 안에 모두 빠져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알심메르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더내셔널 지에 “내 글 하나로 정치인들이나 국제사회가 마음을 다르게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저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를 바랐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CNN은 알레포 시민들이 죽음과 삶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면서도 알레포를 떠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군 지지자이자 알레포에서 영어교사였던 압둘카피 알함도 “떠나지 않으면 생길 일을 고려해 떠나기로 했다”면서 “그래도 딸은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여성이 돼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반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친정부 세력은 시리아 반군과 주민의 알레포 철수에 환호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알레포 해방’을 선언하며 “테러리스트의 손에 시리아 시민들이 벗어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반군세력의 참패를 의미하는 철수 움직임에 대해 “역사를 만들었다”며 “‘축하’라는 말보다 위대한 일”이라고 밝혔다. 알레포 반군 주둔지역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위삼 자크라는 영국 인디펜던트 지에 “대부분의 알레포 시민은 현장을 안전하게 떠날 수 있어서 기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는 분노하거나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BBC방송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레포를 철수한 주민들은 총 3000여 명에 이른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장은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버스 20대와 구급차 10대로 구성된 반군 일행이 러시아가 지정한 ‘인도주의 통로’ 21㎞를 이용해 알레포 옆에 있는 이들리브 주(州)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도 휴전합의에 따라 환자 약 200명을 후송하고 있다고 SNS에 밝혔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ㆍ시리아 군이 지정한 경로 밖에서 철수하려던 일부 반군 조직의 구급차가 시리아군의 총격을 받았다. 이 사고로 호송대원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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