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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아낀 로마…‘긴축 트리’ 논란에 새 장식
이탈리아 로마시 당국이 시내 중심에 장식이 거의 없이 헐벗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했다가 논란을 빚고 장식을 보강했다.

1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로마시는 지난주 시내 중심의 베네치아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고 점등식을 거행했다. 다수의 시민들이 점등식을 구경하러 몰려들었지만 초라한 외관에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트리에는 전선으로 이어진 조명 몇가닥만이 듬성듬성 둘러져 있었을 뿐, 이렇다 할 장식이라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SNS)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긴축 트리(Austerity tree)’라는 조롱이 회자됐고, 토리노나 나폴리 등 다른 도시의 화려한 트리와 비교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특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의 트리는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이 수공예로 만든 장식품과 친환경 LED 조명으로 치장해 외관은 물론이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주의적 사상까지 담아냈다는 점에서 대조를 이뤘다.

한 시민은 페이스북에 “그런 참상으로 만들어 놓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겠다. 그러면 여행객들은 다른 도시로 갈 것이다”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로마시가 이런 트리를 만든 것은 지난 6월 포퓰리스트 정당인 오성운동의 버지니아 라지(38ㆍ여) 시장이 당선되면서 시정의 방향이 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성운동은 물, 교통, 개발, 인터넷, 환경 문제 등 생활밀착형 이슈를 주요정책으로 내걸고 있는 정당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지출에 반대한다. 라지 시장 역시 시의 부채를 늘릴 것을 예상되는 2024년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는 등 전시성 행사를 자제해왔다.

그러나 시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라지 시장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14일(현지시간) 트리에 장식을 추가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고, 곧바로 평범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화려한 장식이 더해졌다. 라지 시장은 그러면서도 “지난 몇년 동안 시민의 등에 부담을 지우는 수많은 낭비가 있었다”며 “그 트리는 로마 시가 기부를 받은 것으로, 시는 운송 및 설치비만 부담한 것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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