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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예품은 ‘고물 아닌 고미술’…41년前 최순우를 떠올리다
1975년 한국민예미술대전
공예품 인식 전환 출발점
탄생 100주년 기념 조선공예展
15일부터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천재의 눈은 만인의 눈을 대신한다’는 격언은 혜곡 최순우(1916~1984)를 두고 하는 말일지 모르겠다. 고졸출신(송도고등보통학교)으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의 안목은 시대를 초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혜곡의 공덕은 옛날에는 고물(古物)이나 골동품에 불과했던 민예품을 고미술, 혹은 문화재로 격상시켰다는 것”이라는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 말처럼 한국 고미술은 혜곡 이전과 혜곡 이후로 나뉜다. 더 정확하게는 그가 국립중앙박물관 재직 시절 1975년 개최했던 ‘한국민예미술대전’이 그 기준이다. 공예품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당시, 이 전시는 조선시대 공예품을 대하는 근본과 척도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조선시대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가나문화재단은 오는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혜곡 최순우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 : 조선공예의 아름다움’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가나문화재단 후원아래 1970년대 혜곡과 2년여간 근무한 박영규 용인대 명예교수가 전시 총괄을 맡아 조선 시대인 18~20세기 초 제작된 공예품 600여 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선보인다. 김형국 이사장은 이 전시를 1975년‘한국민예미술대전’의 재현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1975년 당시 혜곡의 안목으로 골랐던 작품도 일부 포함됐다. 18세기 제작된 화각장생문함(華角長生紋函)이 대표적이다. 화각은 쇠뿔을 펴서 양면을 갈아낸 얇은 투명판에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등 강한 석채로 그림을 그린 뒤 이를 기물의 표면에 붙여 장식하는 조선 후기 공예기법이다. 이 화각함은 폭이 65cm에 달해 일반적(35~45cm)화각함보다 훨씬 크다. 사용된 화각은 122개로, 약 60마리 이상 소의 뿔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18세기 당시엔 궁이나 사대부 집안에서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며, 한때 고(故) 권옥연 화백이 소장했던 물건이다.

공예 컬렉터들의 종착지라 불리는 석공예 작품도 선보인다. 19세기 제작된 곱돌약주전자(蠟石製藥酒煎子)는 파고 새기기 쉬우며 불과 열에 견디는 성질이 뛰어난 납석재(곱돌)로 만들어졌다. 실용성이 우선시된 석재생활용품으로 투박하면서도 정감있다. 몸체와 뚜껑까지 팔각면으로 연결돼, 조형미가 뛰어나다.

이밖에도 해, 잉어, 소나무, 기러기 등을 그림처럼 정교하게 음각해 조선시대 공예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종이보관함 ‘죽제지통’, 선비들의 시린 손을 잠시 비비기도 했을 ‘철제은입사손화로’ 등 상류층의 기품이 느껴지는 공예품은 물론 손가락으로 파문을 그린 ‘옹기동이’처럼 서민이 일상에서 즐겨 사용했던 생활용품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

전시에 나오는 작품들은 전부 개인소장품으로, 박물관 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박영규 명예교수는 “묵묵히 수준급 공예품을 수집한 소장자들의 협력으로 알찬 내용으로 전시를 기획할 수 있었다”며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글과 작품 600여점을 수록해 조선 공예품 사전역할을 할 수 있는 도록도 발간한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내년 2월 5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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