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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평양 건너 미국서도…美 아이오와 대학, “박근혜 탄핵하라”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사실 처음 최순실 관련보도는 믿기 힘든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대통령 임기 중에 여러 사건들이 있었고, 대통령의 행동이나 발언이 이해하기 어려운 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최순실 관련 보도를 접하고 나서는 어떻게 민주주의 정부가 이렇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연이어 터지는 대통령 관련 증거들에 여기 유학생들도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냐며 분노하기도 했고요.”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박사과정생인 이보미 씨는 8일 헤럴드경제에 이 같이 밝혔다. 유학 중이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접할 수록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한인 학부생ㆍ대학원생 100여 명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를 읽은 정치학과 박사과정 송정민 씨는 “왜 우리는 눈을 뜨면 촛불이 밝히는 저녁거리를, 믿기 힘든 기사를 마주해야 하는가”라며 조국에 드리운 어두운 현실 앞에 답답하고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탄핵이라는 제도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정상화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송 씨는 “국민의 분노가 대통령은 물론 국회에도 향하고 있다”라며 “명백히 드러난 위헌ㆍ위법 행위와 수백만 시민들의 탄핵에 대한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이에 응답하기는커녕 현재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 다시금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 골몰하고 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송씨는 “국회 제도에 의한 탄핵과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는 아이오와 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 40여명이 ‘탄핵안을 가결하라’, ‘Stop Park’(스톱 박) 등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온라인 서명을 통해 100명 이상 학생과 학교관계자, 교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지지를 표했다. 


한편, 이 씨는 개인적으로 탄핵안 가결 지지 성명에 동참하게 된 배경에 “박 대통령이 발표한 지난 3차 담화 이후 의원들의 의견이 갈리고 비박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국회의원들에게 자꾸 재지 말고 국민의 의견에 따라 탄핵안을 가결시키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미국 친구들에게 한국상황을 제대로 설명하는 취지도 있어서 국영문을 같이 쓰고 오늘 행사에서 미국 친구들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라며 “아무래도 샤먼부분이 강조되었던 기사들이 있어서인지 사건의 본질을 잘 이해 못하는 미국 친구들도 있었고, 왜 촛불을 들고 집회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비아그라 사건 후에 미국 친구들이 그게 정말인지를 물어볼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난감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인들은 아이오와 대학 한인 유학생들의 성명문을 읽고 서명에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는 아이오와 대학교 및 아이오와시티 한인 성명서 전문-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가결을 촉구한다.
 
 미국 중부에 놓인 작은 도시, 아이오와시티에서 우리는 과거에 살며 슬픈 미래를 보고 있다. 대한민국으로부터 -15시간, 왜 우리는 눈을 뜨면 촛불이 밝히는 저녁거리를, 눈을 감기 전 믿기 힘든 조간신문의 머리기사를 마주해야만 하나. 조국에 드리운 어두운 현실 앞에 한없이 답답하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12월 9일 탄핵안 의결을 앞두고, 이곳 아이오와에서 우리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국회에 요구한다.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라.

우리는 12월 2일에 발의되고 9일에 표결을 앞둔 탄핵소추안의 가결을 촉구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큰 실망과 분노는 6차에 걸친 촛불집회를 통해 발현되었다. 대통령이 즉각적 하야를 거부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남은 방안은 탄핵소추안의 가결이다. 국회에서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대통령의 헌정질서 손상, 국정유린과 직무유기 등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자신의 책무를 망각하였다. 대통령은 자신을 선출한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여 특정 개인에게 국가기밀을 유출하였고 국정에 개입시킴으로써 법치주의의 원칙을 침해하였다. 또한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국민 전체의 이익이 아닌 특정 개인 및 집단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였다. 더 나아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할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진실을 침몰시키려 하였다.

  
 우리는 지금 과거에 살며 슬픈 미래를 보고 있지만, 한편으로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광장의 정치는 반대로 희망차고 자랑스런 미래를 꿈꾸게 한다. 수백만명이 모였음에도 지켜지고 있는 비폭력과 평화 시위의 원칙, 그리고 어떤 특정 세대, 이념,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시민의 참여는 우리가 항상 꿈꿔왔던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희망찬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태평양 너머 이곳까지 넘실거리는 민주주의의 횃불에 또 하나의 불꽃을 더한다. 우리는 오늘, 아이오와 시티에서 내일의 서울을 향해 외친다. 국회는 본회의에 상정된 박근혜에 대한 탄핵안을 반드시 가결하라!
 
 
2016년 12월 7일
 
미국 아이오와 주 아이오와 대학교 및 아이오와시티 한인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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