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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4부리그?…시장과 정치권, 부결 시나리오에 떠는 까닭은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브렉시트 국민투표, 미국 대선을 프리미어리그에 비유한다면 4일(현지시간) 치르는 이탈리아 국민투표는 4부리그에 빗댈 수 있다. 

그러나 시장과 정치권은 앞선 두 차례의 투표를 바라보던 때처럼 손에 땀을 쥐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투표가 단순히 이탈리아 정치 체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가능성과 유럽연합(EU)의 혼란 등 정치ㆍ경제적 파장 가능성까지 한꺼번에 안고 있는 탓이다.

부결 가능성을 우려하며 전 세계의 눈이 이탈리아로 모이고 있는 가운데 투표가 지니는 의미와 영향력을 4문답으로 풀었다.

4일(현지시간) 진행하는 개헌 국민투표에 정치 생명을 건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게티이미지

①투표에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이탈리아의 국민투표 부결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경제 규모 3위인 이탈리아의 정치ㆍ경제적 혼란은 물론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투표 가결에 정치적 생명을 건 마테오 렌치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그가 시행해 온 시장 주도의 은행권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따라 투표가 부결되면 최다 8개의 이탈리아 은행이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탈리아 은행들의 대규모 도산은 유로화 사용 19개국인 유로존의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렌치 총리가 물러난 후 치러지는 조기 총선에서는 유로존에 부정적인 포퓰리즘 성향의 제 1야당 ‘오성운동’의 집권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떠나는 극단적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②유로화의 운명은= 국민투표 부결 가능성에 유로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예상보다 부정적 영향이 극심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투자분석기관 스테이트 스트릿의 1일 분석에 따르면 기관들이 부결 가능성에 대비해 이탈리아 주식과 채권을 대거 처분한 데 비해 유로화는 이러한 가능성을 충실히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투표 부결의 영향이 유로화 매도세에 집중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RBC는 “투표 결과로 주요한 유로화 매도를 기대하는 이들은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표 부결이 대규모 유로화 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③EU의 존속은= 투표가 부결되면 반(反)EU 정서가 심화되면서 ‘이탈리브’(Italy+Leave)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브렉시트에 이어 EU의 존속에 또 한 번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포퓰리즘도 세를 강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렌치 총리와 현 내각이 물러나는 자리는 오성운동 혹은 극우 반이민 성향의 북부리그 등 야당이 채울 가능성이 높다. 이 두 정당은 모두 EU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극단적 시나리오하에서 이탈리아의 EU 탈퇴가 가시화할 경우 난민 수용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으로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EU는 또 다시 분열에 직면하게 된다.

EU 탈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들의 집권에 최근 이어지고 있는 포퓰리즘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에, 독일 내 반이민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부상,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이어 이탈리아도 이 같은 기조에 힘을 실어주면서 다른 국가의 포퓰리즘 정당, 정치인의 부상을 부추길 수 있다.

④투표 결과 전망과 변수는
=부결 가능성을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마지막으로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대가 찬성을 5∼11% 앞서고 있다.

다만 부결되더라도 부결 이후 시나리오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렌치 총리의 사퇴 여부다. 렌치 총리는 투표 결과에 총리직을 걸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부결되더라도 그가 사임하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혼란을 막기 위해 당장 자리를 떠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는 이것이 부결시 양측의 득표율이 얼마나 차이나는가에 달렸다고 봤다. 부결이 되더라도 근소한 차이를 보였을 경우에는 렌치 총리가 자리를 유지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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