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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현대미술관 마리 관장 1년 “답답하다”
지난달 중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의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자문위원들과 공유하는 자리로, 마리 관장 취임 이후 첫 회의였다. 이날 회의는 통역이 따라붙었다. 두 시간 짜리 회의는 늘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마리 관장이 1년동안 한 일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관장은 미술관의 전시는 물론, 경영, 조정을 총괄하는 자리인데, 이렇다할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초 외국인 관장을 들인 목적 중 하나는 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에 한국미술을 알리는 작업을 해보자는 거였다. 외국전시가 하루 아침에 뚝딱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밑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날 그런 일에 대한 보고가 전혀 없어 실망한 위원들이 많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언어장벽’이었다. 빠른 시간안에 한국어를 익히겠다는 그의 다짐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소통부재가 따랐다.

최초의 외국인 관장인 마리가 한국 미술계의 복잡다단한 구조와 뿌리깊은 알력 다툼을 해결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과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 관장들의 접근과는 아예 다른 차원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거스 히딩크가 이전 한국 축구대표 감독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축구팀을 이끌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마리 관장의 행보는 ‘소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기보다 회피하고 있다는게 미술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술관 전시 기획은 짧으면 1년, 길면 2~3년전에 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마리 관장의 행보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국립현대미술관측의 목소리도 일정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관장의 역할이 전시기획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국립현대미술관이 갖는 의미는 그 출발부터 일반 미술관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한국미술의 방향을 끌고 갈 책무가 있다. 또 위작시비가 붙은 고(故)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에도 책임있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

마리 관장이 선임될 당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문을 역임했던 한 미술계 관계자는 마리 관장의 지난 1년 행보에 대해 “노코멘트”라며, “우리가 국현을 어떻게 만들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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