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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순실보다 나을 것없는 의원들 눈먼 증액예산 다툼
국회가 내년도 예산 증액사업 심사를 공개하지않기로 한 것은 분노를 불러온다. 내년 예산의 감액 규모는 모두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예산(4000억원) 등이 칼질당해 예년보다 감액 규모가 크지만 각 상임위의 증액요청 예산규모는 4000여건의 사업에 40조원이나 된다. 의원 1인당 13건의 지역구 민원이며 감액예산의 무려 25배다. 경쟁률이 거의 고시 수준이다.

사실 국회는 그동안 정부예산안 중 불요불급한 항목을 쳐내는 감액 심사만 언론에 공개하고 지역구 민원성 예산이 다뤄지는 증액심사는 비공개로 해왔다. 예산 증가분에서 쪽지 예산이 차지하는 몫이 평균 30~40%에 달한다는 건 상식이었다. 하지만 김영란법을 계기로 올해는 증액심사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고 여야는 예산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분위기였다. 기획재정부 역시 ‘민원성 쪽지 예산’은 부정청탁이라면서 근절방침을 공표했다.

그런데 국회의 예산 증액심사 비공개결정으로 정부나 여야 모두 빈말이 돼버렸다. 대통령이 검찰수사 받지 않겠다고 말을 뒤집는 것과 어찌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국회는 ‘효율성’을 이유로들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증액 심사의 비공개 방침은 여야 간 지역구 예산 나눠 먹기 구태를 계속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질타하며 감액한 최순실 예산이 깜깜이로 빼먹은 예산으로 변질될 뿐이다. 국민들 입장에선 최순실보다 나을 게 없다.

하긴 예측하지 못했던 바도 아니다. 이미 ‘최순실표 예산’이 감액되거나 삭감되자 이를 놓고 달려드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검찰 출두하는 최순실 앞에 몰려들던 기자들 수준이었다. 물밑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예 대놓고 기자회견하는 꼴불견까지 벌어졌다. 일부 지역 국회의원이 “동일한 예산에서 타지역보다 자신들의 지역구예산이 더 삭감됐다”며 특혜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의원들이 이처럼 민원성 예산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산은 한번 끼워 넣기만 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계속사업’으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잘만 엮어놓으면 자신의 의원 임기내내 치적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보다 좋은 재선 재료는 없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비공개 방침을 철회하고 투명한 공개와 철저한 논리 검증으로 피같은 국민의 돈을 필요한 곳으로 흐르도록 해야한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좋은 예다. 이대로라면 내년도 보육대란은 불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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