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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진 왕·좋은 나라 아닐지라도…민초는 희망속에 산다
양정웅 연출·각색 연극 ‘페리클레스’
운명 순응적 왕의 파란만장한 여정
원작과 똑닮은 현 시국상황 공감 100%




어진 왕은 과연 어떤 왕인가. 간신들의 아부와 아첨은 어떻게 국가와 국민을 망치는가. 어지러운 현 시국에 딱 들어맞는 이 질문이 400년 전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던 때에도 유효했던 모양이다. 그의 후기 작품 중 하나인 연극 ‘페리클레스’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했다.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예술의전당의 기획 공연으로 지난해 5월 첫 선을 보인 ‘페리클레스’가 1년 만에 돌아왔다. 셰익스피어 후기 낭만주의의 대표작 중 하나로 ‘로미오와 줄리엣’ ‘리처드 3세’ ‘햄릿’과 함께 당대 가장 사랑받았던 레퍼토리로 꼽힌다. 작품은 고대국가 ‘티레’의 왕 페리클레스가 5개 나라를 넘나들며 겪는 고난과 역경을 통해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원작 속 정국과 현 시국이 너무도 닮아있어 눈길을 끄는 연극 ‘페리클레스’는 50t의 모래등을 배치, 남다른 무대스케일을 보인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또한 유인촌과 아들 남윤호가 함께 출연해 열연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원작 안에 왕이나 정치인을 풍자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번 재연에서는 현재 혼란스러운 국가 상황과 극적 장면이 맞물리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크게 불러일으킨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내가 이러려고 이랬나 자괴감이 들어” “아무리 센 지진이 일어나도 내진 설계 덕분에 문제없다” 등 수백 년 전에 발표된 고전이지만, 최근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나 주요한 사회적 이슈를 담아 재해석했다.

각색을 겸한 양정웅 연출은 “시대성이 담긴 원작에서 민초들이 나라와 정치인에 대해 비판하는 풍자적 장면들이 등장한다. 최근 나라 안팎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여러 뉴스를 접하면서 현 시대를 풍자할 수 있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초연과 변함없는 부분은 압도적인 미장센이다. 50t이 넘는 엄청난 양의 모래를 무대 전체에 깔고, 무대 안쪽 깊숙한 공간까지 최대한 활용해 러닝타임 내내 시각을 압도한다. 여기에 작품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해에 이어 배우 유인촌(65)과 그의 친아들 남윤호(본명 유대식·32)가 노년의 페리클레스와 청년 페리클레스 역으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다.

지난 공연에서는 두 사람이 부자라는 사실을 감추고 무대에 올랐던 만큼, 남윤호는 “홍길동도 아닌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선생님이라 칭하며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는데, 이제는 아버지라 부를 수 있어 속이 시원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버지는 따라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선배님이자 선생님이지만, 부담감을 떨쳐내고 배우로서 내 나름대로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촌은 해설자 가우어 역을 함께 맡아 170분 동안 거의 무대를 떠나지 않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는 “지난해 아들과 연극을 처음 같이했을 때는 심적 부담이 있었는데, 아들이 배우의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한 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오는 것을 보면서 함께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리클레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희망이다. 양 연출은 “어떤 고난과 고통, 거센 파도와 운명의 장애물이 있어도 우리는 희망 속에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며 “사회에 증오와 분노, 미움이 존재하지만 또한 사랑이 있고 결국에는 용서와 화해를 꿈꾼 셰익스피어의 바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2월4일까지, 중학생 이상 관람가. 관람료 3~6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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