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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칸딘스키처럼…클래식음악, 눈으로 듣다
러시아 출신의 대표적인 추상미술 화가 칸딘스키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음표들이 춤추고 악기들이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첼로 연주자였던 칸딘스키는 ‘공감각’에 뛰어나 음가마다 다른 색채가 보인다고 했다. 특히 바그너의 팬이었던 그는 오페라 ‘로엔그린’을 듣고 공감각을 경험한 후 음악이 그림이 될 수 있고, 그림이 음악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눈으로 보는 음악’을 실현했다.

시각과 청각이 결합돼 공감각을 건드리는 시도는 현재 예술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겨울나그네’ 공연모습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칸딘스키가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면, 현대에는 영상을 활용해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단순히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수준이 아니다. 영상과 음악이 무대 위에서 함께 어우러지면서 관객의 시청각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연주자들 역시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무대 위로 올라와 영상과 함께 호흡한다. 장 콕토의 영화에 현대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음악이 더해진 필름오페라 ‘미녀와 야수’, 윌리엄 켄트리지의 흑백영상과 인형극을 결합한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이 그런 경우로 상반기에 국내 관객을 만났다.

연말에도 ‘눈으로 보는 음악’이 무대를 수놓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윌리엄 켄트리지가 2014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선보여 호평 받은 ‘겨울나그네’가 오는 2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한다. 슈베르트 가곡 스페셜리스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겨울나그네’를 노래하는 가운데, 켄트리지가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구현한 24개의 이미지와 영상이 함께 펼쳐진다. 시각 예술과 청각 예술이 동등한 비중으로 서로에게 자극을 주며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감상 포인트다.

음악에 영상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결합해 감각을 더욱 확장시키는 공연도 있다. 캐나다 바로크 음악 연주단체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2016년 신작 ‘J.S 바흐: 창작의 세계’가 오는 20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바흐의 창작의 고향이었던 18세기 라이프치히를 주제로 그의 삶과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이다. 단원들은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연주하고, 라이프치히의 생활상을 담은 삽화 영상이 스크린에 흐르며,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는 유익한 설명을 곁들인다. 한국 공연에서는 뮤지컬배우 겸 성악가 카이가 내레이터로 참여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올해부터 ‘음악극장’이란 이름으로 연극적 요소가 곁들여진 클래식 공연을 시도했다.

지난 10월 공연한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키호테’의 경우 무대 위에서 무용수의 연기와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 효과가 한데 어우러졌다. 내년에는 박상원 배우가 내레이터 겸 음악극장장으로 참여해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차이콥스키의 ‘템페스트’를 연극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이젠, 클래식 공연장에서 귀를 활짝 열 뿐만 아니라 눈도 크게 뜨고 음악을 온몸으로 느껴볼 때다.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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