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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실학자의 법 철학
실학자들은 과학자,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다. 그들은 국민 맘을 편하게 하고, 실용 경제를 일으킬 능력을 겸비한 자가 다스리는 나라를 지향했다.

기득권 수호를 위한 당파정치, 세도정치가 실학 정치가들의 노력를 무색케 한 것은 무지한 정치인들을 양산하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참 안타까운 우리 역사의 질곡(桎梏)이다.

성호 이익(1681~1773)은 벼슬길에 나섰던 이수광, 정약용 등과는 달리, 관직을 마다했던 장외 사상가, 과학자이다.

“듬성듬성 심으면 창고를 채우고, 촘촘하게 심으면 마당을 채울 뿐이다.” 그의 ’성호사설‘에 나오는 구절이다. 잘 익은 열매라야 교환가치가 생기고, 덜 익으면 죄다 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이익은 잡초를 잘 솎아내고 벼가 듬성듬성 심어진 논의 이삭을 일일이 세어보았다.

그는 촘촘히 심어진 논의 낟알의 수와 품질에 비해, 듬성듬성 심어진 논의 한 이삭 당, 튼실한 낟알이 100개를 훌쩍 넘는 것을 확인한 뒤 이같은 결론을 냈다. 욕심이 앞서 촘촘하게 심기만 하고 솎아 주지 않는 것은 결실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익은 정치분야에서는 ‘덕치(德治)에 의한 인정(仁政)‘을 지표로, ▷간직(諫職)을 확대시켜 언로를 넓힐 것 ▷문벌 존중의 폐습을 버리고 개인능력 본위로 채용할 것 ▷병역의무 대상자를 철저히 파악할 것 ▷사회적 약자 보호 ▷주변국 견제외교 등을 설파하기도 했다.

그는 법 집행(刑政:형정)의 준엄함과 감사(監司)의 직권 강화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기강이 해이해진 세태에는 실용경제 즉 이(利)를 얻기 보다 법의 위엄을 우선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잡초를 솎아내는 영농과학과 날뛰는 무지렁이들을 퇴치하는 정치철학은 상통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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