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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인우월주의 손에 들어간 美 세계전략…“배넌 임명 철회하라” 맹비난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에 극우성향의 스티브 배넌(62)을 임명한 것을 놓고 미국 사회 뿐 아니라 이스라엘 등 해외에서도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내 정책은 물론 세계 전략의 방향을 짜는 중요한 자리에 백인우월주의자이자 ‘정치 공작가’를 앉히는 것은 전세계를 위험한 도박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14일 “트럼프 당선인이 배넌을 백악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 중 하나에 임명한 것은 백인우월주의 사상을 홍보해 온 사람을 앉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이미 공격을 받았다고 느끼는 소수계의 두려움만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비록 선거인단에서는 승리했지만, 일반투표에서는 진 만큼 분열과 편협의 불길을 부채질하지 말고 대신 미국을 하나로 묶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실도 애덤 젠틀슨 부비서실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테마를 가장 앞장서 팔고 다니는 사람 중 한 명을 수석 보좌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보면 왜 백인 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이 트럼프를 자신들의 대변자로 보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세트 몰튼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선거 때 부패와 정부 쓰레기들을) 다 없애버리겠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평생 ’인사이더‘를 비서실장에 고용하면서 백인우월주의자를 백악관에 함께 불러들였다”고 꼬집었다.

베티 맥콜롬 민주당 의원도 이날 대선 이후 소집된 ‘레임덕 회기’ 첫 회의에서 “공화당원들이 배넌 임명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실은 충격적인 신호”라면서 “이는 공화당이 이미 노골적인 성차별과 인종적 편협, 종교적 무관용 등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어젠다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이와 관련 “진보와 보수 양쪽의 시민단체와 비평가들이 배넌의 백악관 고위직 임명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배넌은 백인우월주의자이자 반유대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배넌의 백악관 참모 임명이 인종적으로 무차별적인 발언과 노골적인 백인 민족주의 요소로 가득찬 극보수 운동인 ‘대안 우파’와 관련된 브레이트바트 뉴스에 비판적이었던 이들로부터 격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도 배넌의 임명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스라엘 유력 일간 하레츠 웹사이트는 이날 배넌의 임명을 두고 “트럼프가 유대계 미국인들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산산조각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어 “미국의 유대인들은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인사이더에서 아웃사이더로 바뀌었다”며 “그의 임명으로 유대인들의 긴장감은 더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 역시 이날 유대인 차별철폐 운동단체 ADL의발표를 인용해 “반유대주의자인 배넌의 임명”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처럼 배넌 임명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초대 비서실장에 발탁된 라인스 프리버스는 NBC 방송의 ‘투데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배넌은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고 두둔하면서 “배넌은 매우 영리하고 절제력이 있는 인물로, 우리는 선거 때 (선대본부장) 켈리엔 콘웨이와 함께 많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팀워크가) 아주 잘 작동했다”고 말했다.

프리버스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백인우월주의자 논란에 대해 “먼저, 이런 말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배넌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면서 “내가 수개월 동안 함께 일했는데 단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사람을 들여다보고 진짜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 배넌은 지금 비난받는 그런 식의 사람이 아니며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이라면서 “사람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시간을 주고 기회를 줘야 한다. 일부 다른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을 근거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켈리엔 콘웨이도 기자들에게 배넌을 “뛰어난 책략가”라고 평가하면서 배넌과 극우 집단과의 관련성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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