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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反)이민 정책에 美 건설 등 8~9% 위축…‘불법체류자 보호 도시’ 선포, 전면전 예고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미등록 이민자 강제 추방 공약이 미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미등록 이민자는 미국 경제의 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추방되면 농업은 물론 건설, 레저업의 경우 8~9% 위축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내 한국인 미등록 이민자도 1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미국내 한인 교민사회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자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대도시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반(反)이민 정책에 맞서 ‘불법체류자를 보호하겠다’고 선언하며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꾸려지기 전부터 이민자 문제를 놓고 미국 사회가 신(新) 남북전쟁을 치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국인 무등록 이민자만 16만명…美 경제 충격파 크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CBS방송에 출연해 우선 범죄 기록을 가진 불법 이민자 300만명을 국외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이민 공약을 단계적으로 실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만일 트럼프의 공약대로 미등록 이민자를 모조리 강제 추방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제전문기관들은 경고하고 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전체 미등록 이민자 수를 800만명으로 밝혔다.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미국내 불법체류 한국인도 2010년 약 20만명에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6만명(2015년 기준)에 달한다.

전미경제조사회에 따르면 미등록 이민자 가운데 130만명은 레저나 호텔ㆍ식당 같은 접객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어 건설업 노동자가 110만명이고, 제조업은 89만명, 농업은 35만명이다.

만약 이들이 한꺼번에 추방된다면 농업 생산성은 9% 감소가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건설, 레저, 접객업도 8%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생산량은 장기적으로 740억 달러(약 87조원)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금융 부문의 경우 미등록 이민자는 20만명 미만으로 숫자가 적다. 하지만 이들의 경제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들의 평균 주당 수입은 1132 달러(약 132만원)로, 전체 미등록 이민자 평균인 581달러(약 68만원)의 거의 두배다.

전미경제조사회 보고서를 작성한 라이언 에드워드는 “보통 미등록 이민자라고 하면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고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멕시코 출신을 떠올린다”며 “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고 전문 지식을 갖춘 미등록 이민자들을 추방하면 파장이 꽤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미등록 이민자는 전체 미국 경제의 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들을 쫓아내면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불법체류자 보호 도시’ 선언…트럼프와의 전면전?=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이같은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 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 투자자들에게 “이민 정책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며 “관련 규제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면서 대규모 이민자 추방같은 정책은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포함 의원들은 인종차별적 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반(反)이민 핵심정책에 벌써부터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는 도시들도 잇따르고 있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정식 취임하면 이들 대도시와 불법체류자 처리를 놓고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뉴욕을 비롯해 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대도시들은 이른바 ‘불체자 보호 도시’(Sanctuary city)를 표방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1기 첫 백악관 비서시장을 맡았던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법적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시민에게 공평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시카고 트리뷴이 전했다. 그는 이어 “서류 미비자라고 해서 감옥에 가거나 추방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들은 모두 안전하게 보호받을 것이며 시카고는 이들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직후 트럼프 당선인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던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당선인이 뉴욕시의 불법체류자나 건강보험ㆍ여성인권 등의 정책에 간섭하려 한다면 정면으로 부딪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우리와 함께 사는 50만 명의 불체자들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을 가족과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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