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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검찰수사 초읽기] ‘번갯불 콩볶듯’ 소환… 애꿎은 대기업 ‘한파’
기업총수 ‘대통령 독대’ 조사
미르·K재단 기부 대가성 추궁


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이틀여 앞두고 검찰은 주말에 재벌 총수들을 급히 불러 들이며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의혹 조사에 주력했다. 총수급 소환자만 8명으로, 검찰은 이틀간 속전속결로 조사를 진행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5명을 동시 소환해 14일 새벽까지 조사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 의장도 12일 오후부터 검찰에 나와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총수 소환 일정이 안 정해졌었는데 주말에 총수들을 조사하지 않고서는 대통령 조사 일정이 나올 수 없을 것으로 보고 한꺼번에 총수들을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 전 총수들의 진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검찰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조사로 박 대통령이 모금을 주도했거나 기업에 기금 출연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면 박 대통령의 혐의 내용은 더욱 뚜렷해진다. 그간 ‘특정 개인의 일탈’로 이번 사건을 규정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궁지에 몰리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한 뒤 이 중 7명과 별도의 개별 면담을 가졌다. 정몽구 회장, 이재용 부회장, 구본무 회장, 김승연 회장 등이 그 대상이었다. 당시 독대 시기가 미르재단 출범 석달 전이란 점에서 박 대통령이 총수에게 기금 출연을 강요했거나 지시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총수들을 상대로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강요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기금 출연을 조건으로 수사무마나 오너 사면, 사업상 특혜 등 대가를 요구했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모두 대가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총수들에게 뇌물죄 적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이 최 씨와 딸 정유라(20)씨가 실소유주한 독일 비덱스포츠에 35억원 상당을 송금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받았다. 이 돈이 정 씨의 명마 구매와 승마 전지훈련 비용 등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져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특혜성 지원을 한 배경에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올해 5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돌연 물러난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도 사퇴 배경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기 위해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면엔 올림픽 시설공사 업체를 두고 최 씨와의 갈등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씨 소유의 더블루K와 협약을 맺은 스위스 회사 누슬리를 공사업체로 택하라는 최 씨 측의 요구를 거부해 경질됐다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검찰청사에 무더기로 불려 나온 것은 지난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이후 12년 만이다. 하지만 실제 처벌을 받는 기업인은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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