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교도소는 지금‘콩나물시루’52곳중 38곳이 정원초과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여름 징역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고(故) 신영복 교수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 교도소 생활의 고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일명 ‘큰집’으로 불리는 국내 교도소가 경기 불황과 고령화 여파 등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시설에 수용자 과밀화까지 가속화하면서 재소자 간 폭력 사건 등 각종 문제점들이 불거져 ‘선진 교정’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법무부 교정본부와 법무연수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9월말까지 신규 재소자 중 60대 이상 비율은 10.6%에 달했다. 지난 2011년 5.8%에서 불과 5년 사이 2배 가까이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수형자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도 9.8%로 조사됐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60대 이상 수형자 비율이 3.1%에 그쳤다. 하지만 불과 10년 사이에 인원과 비중 면에서 3배 넘게 급증했다.

수형자 평균 연령이 높아진 이유로는 1차적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난 탓이지만 이와 더불어 노인들의 강력범죄가 덩달아 증가한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사법부 역시 노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봐주거나 형량에 차등을 두지 않는 점도 교도소의 고령화를 가속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교도소 내부의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이들에 대한 의료비용 등이 매년 증가하는 등 교정당국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최근 몇년 동안 교정시설 증액 예산 대부분이 의료비에 집중되면서 다른 데 들어가야 하는 비용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도소 과밀화’ 또한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52개 교정시설의 수용인원은 총 5만7096명으로 정원(4만6600명) 대비 수용률은 122.5%에 달했다. 2011년 97.9%이던 평균 수용률은 2012년 101.6%로 정원을 초과한 뒤 꾸준히 증가해왔다.

전체 교정시설 중 정원을 가장 많이 넘긴 곳은 성동구치소로 수용률이 무려 163%를 기록했다. 이어 서울구치소 158.5%, 의정부교도소 157.3%, 인천구치소 152.6%를 기록하는 등 수도권 교정시설 대부분이 150%를 넘었고, 전국 38개 구치소ㆍ교도소에서 수용 인원이 정원을 초과했다.

문제는 교정시설 수용 인원이 많을수록 교도소 내 폭행ㆍ상해치상 등 사건 발생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제주교도소와 정읍교도소는 정원이 500명으로 같았다.

수용률이 113.6%인 제주교도소는 8건의 폭행 등 사건이 발생한 반면, 수용률 51.6% 그쳤던 정읍교도소에서 발생한 사건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콩나물 시루 같은 교정시설 과밀화가 매년 심각해지면서 재소자 간 단순한 말다툼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고, 교화효과도 반감되고 있다”며 “교정당국의 보다 세심한 재소자 관리와 범죄 발생 사유에 따른 맞춤형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밖에 외국인과 여성 재소자가 늘어나고, 경제범 비중이 급증한 점도 교도소의 달라진 풍경으로 지적된다. 2005년 1527명이던 여성 수형자는 매년 조금씩 늘어나 올들어 2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 수형자의 경우 2011년 1198명에서 올해 7월말 기준 2005명으로 5년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형자별 범죄 유형도 크게 달라지는 추세다. 2005년 1, 2위 비율을 차지했던 절도범(16.7%)과 강도범(14.5%) 비중은 각각 13.8%, 11.2%로 떨어진 반면 경제범으로 분류되는 사기ㆍ횡령범의 경우 같은 기간 10%에서 17.7%까지 급증해 전체 비중에서 1위 자리에 올랐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