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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권력이 먼저 기업에 대가 제의했을 가능성은 없었나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이 확산되면서 재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검찰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 특혜 지원과 관련, 서울 삼성전자 압수수색이 본격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이어 10일에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관계자들이 줄줄히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출석 임원들에게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따졌다고 한다. 필요하다면 해당 기업 총수 소환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총수급으로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첫 순서로 검찰에 출석했다. 경우에 따라 낭패를 보는 기업과 기업인이 나올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작금의 상황은 엄중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되는 마당에 대기업 총수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기업 총수들도 명확한 진상 규명 차원에서 적극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권력을 내세워 기업의 팔을 비틀어 돈을 챙기는 구시대적 작태를 끊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만 기업의 신인도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생각해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하고 가능한 소환을 자제할 필요는 있다.

대통령이 됐든, 기업총수가 됐든 이번 조사과정에서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은 돈을 주고 받으면서 모종의 대가가 함께 오갔는지의 여부다. 기업들은 정권의 압박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돈을 줬다고 항변하겠지만 세간의 시선은 그리 온정적이지 않다. 그 저변에는 어떤 형태로든 특혜를 요구했을 것이란 의혹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돈을 달라고 하면서 반대급부로 기업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는 카드를 권력측에서 먼저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분명히 가려내야 할 건 바로 이 대목이다. 그래야 세간의 의혹도 풀고 관련자들에게도 서릿발같은 심판을 내릴 수 있다.

실제 그럴만한 정황들은 얼마든지 있다. 롯데는 지난 1월 K스포츠재단에 17억원을 냈지만 이와는 별도로 70억원을 따로 제공했다. 하지만 몇 달뒤 이를 전액 돌려받았다. 한데 공교롭게도 돈을 되돌려 받은 다음날 롯데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대가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검찰수사 무마, 특별사면, 세무조사, 사업확장 등 큰 기업이면 아킬레스건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다. 설령 명시적으로 적시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했다는 건 무마시켜 줄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걸 밝히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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