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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금리로 큰 ‘꼬마 빌딩’…더 클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1. 40대 IT업체 대표 김민진(가명) 씨는 올해 초 가로수길 골목에 있는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빌딩을 75억원에 매입했다. 이 가운데 40억원은 은행 대출로 마련했다. 적용 이율은 2.9%였다.

#2.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30대 송민성(가명) 씨도 연초 경기도 분당에 있는 5층짜리 빌딩을 사들였다. 이 빌딩은 아파트 단지 사이에 마치 섬처럼 자리잡은 상업빌딩으로 공실이 없다. 현재 매달 임대수익 2500만원 가량이 발생한다. 매매가 62억 중 45억은 이자율이 2%대 후반인 대출로 충당했다. 

저금리에 힘입어 최근 1~2년간 빌딩 거래가 활발했다. 이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위 ‘트럼프 쇼크’를 비롯해 국내외 경제 상황에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진은 크고 작은 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일대. [헤럴드경제DB]

올해 초 빌딩을 매입한 이들 사례는 최근 1~2년간 쉽게 목격되는 전형적인 빌딩 매입 방식이다. 이 기간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레버지리 효과를 활용한 매입이 크게 늘었다. 특히 돈 좀 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30억~50억원대 소위 ‘꼬마빌딩’이 인기였다. 하지만 연말 국내외 경제상황에 ‘불확실성’이란 안개가 덮쳤다. 빌딩시장의 전성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빌딩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고 거래가 활발한 강남구에서 최근 3년간 거래된 사례들을 보면 최근 빌딩시장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11일 부동산 투자 컨설팅회사 빌사남에 따르면 2014~2016년(10월까지) 강남구 안에서 이뤄진 빌딩 거래는 모두 707건이다. 이 가운데 개인에 의한 매입은 505건이다. 절반 이상은 매각가 50억원 미만의 꼬마빌딩으로 추산된다.

전체 거래된 사례(707건) 중에서 매매가 대비 대출금 비율이 10% 미만인 것은 9건에 그친다. 대출금 비율이 30% 이상~50% 미만인 거래가 134건이고 50%를 넘는 것은 무려 356건에 달한다.

대출금이 불어나도 투자가 많이 이뤄진 건 순전히 저금리의 힘이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은행에선 빌딩 임대사업자에겐 담보대출에 신용대출을 얹어 매매가의 최고 80%까지 대출을 내주기도 한다.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단 대출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빌딩 투자자들은 여전히 50~60대가 중심세력이지만, 40대 미만도 많아지는 추세다. 강남에서 빌딩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 505명 중에 이름을 올린 30~40대는 202명이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빌딩 매수를 희망하는 대기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임대수익이 잘 나오는 괜찮은 물건이 희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빌딩투자의 매력이 내년에도 이어질까. 전문가들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국내외 경제상황에 짙은 안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금리’와 ‘심리’다. 


문소임 수석연구원은 “주택시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데, 빌딩은 정책에선 자유롭지만 경제상황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국내 금리가 오르거나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는다면 빌딩투자 환경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 자문위원은 “경제상황에 불확실성이 퍼지면 투자자 입장에선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어려워지고 임대형 부동산에선 공실이 생기고 임대료도 떨어질 수 있다. 다 악조건에 빠지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선 ‘그나마 수익형 부동산이 낫다’라는 심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윤수 대표는 “빌딩도 나름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대형 빌딩은 임차인 찾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몸값이 작은 꼬마빌딩은 이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서 인기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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