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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자영업자 증가 추세, 불황의 그늘 그만큼 깊다는 의미
최근 고용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영업자의 증가 추세다. 1999년 10월 외환위기 당시(8.6%) 수준까지 치솟은 10월의 청년 실업률(8.5%)만 쳐다볼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도 IMF 당시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때가 됐다. 한국에서의 자영업은 ‘은퇴자의 무덤’이며 5년내 폐업의 다른 말이고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의 출현이다. 실업에 못지않은 사회적 문제가 잉태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말 556만명 수준이던 자영업자는 올들어 10월에만 1만2000여명이 늘어나 570만명에 달한다. 제조업 취업자가 지난 7월부터 매달 6만~11만명씩 줄어드는 대신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 7월까지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25조원) 중 50.8%(12조7000억원)가 자영업자 대출이다.

자영업은 불황일 때 늘어난다. 자영업자가 가장 많던 때는 IMF 경제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998년이다.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38.3%에 달했다. 일하는 사람 10명중 4명이 자영업자였다는 얘기다. 직장에서 떠밀려 나와 마지못해 소상공인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줄어들었다지만 아직도 자영업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이 넘는다. OECD 최 상위권이다. 그런데 이들이 또 다시 증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삶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놀지 못해 문을 열고 뼈빠지게 고생만하다 가진 돈 날리는 일이 다반사다. 한국의 자영업자는 창업 5년도 안돼 열에 일곱은 문을 닫는다. 연간 평균소득은 3500만원밖에 안된다. 절반 넘는 자영업자는 월평균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 창업 1순위로 꼽히는 ‘치킨집’의 경우 평균 존속기간이 2.7년에 불과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올해 내놓은 자료다. 자영업자의 70% 정도는 종업원을 두지 못한다. 수입이 적어서다. 자영업자의 증가를 눈시울 뜨겁게 봐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정부의 자영업자 활성화 대책은 중소기업청과 고용노동부 등 4개 부처에서 줄잡아 27개 사업이나 되고 편성된 예산과 기금만도 올해 2조6615억원이다. 그러나 현장 자영업자들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자영업자들이 직접 얘기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임대료 급등으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쫓겨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공포다. ‘조물주위의 건물주’로부터 자영업자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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