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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 1,2
(강헌 지음, 이봄 펴냄)=‘문화전방의 르네상스맨’ 강헌이 근현대사의 축적된 시간을 통해 대중문화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네 권으로 기획된 야심찬 저서로 우선 두 권이 먼저 나왔다. 그 첫 장은 120여년 전 ‘동학농민혁명’으로 시작된다. 1894년 전라도 고부군에서 양민 300여명이 일으킨 봉기의 현장이야말로 우리 역사가 봉건 시대에서 비로소 대중의 시대로 바뀌는 순간으로 본 것이다. 책은 동학농민혁명부터 박정희 시대까지를 다루지만 주제를 하나의 사건이나 분류로 구별하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역사적 상황과 역사 전체를 종횡으로 누비며 의미망을 펼쳐낸다. 각각의 문화현상들은 그 속에서 서로 연결되며 큰 흐름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저자 특유의 유장한 서술기법과 하나의 개념을 틀어쥐고 수많은 시공간의 결을 훑어내리는 내공이 만만찮다.

▶아주 친밀한 폭력(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2014년 기준 가정 폭력사범은 4만 7549명으로 이는 5년전 보다 6.5배 증가했다. 피해자의 70%가 아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아내 폭력’을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라기 보다 타인이 끼어들어서는 안되는 사적인 문제, 남의 ‘집안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저자는 ‘아내 폭력’이 문제있는 개별 남성이 저지르는 일탈적이고 사소한 일이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의 성차별적 가족제도에서 비롯된 보편적인 사회문제임을 보여준다. ‘아내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적, 제도적 대책들이 한결같이 ‘가정 유지’를 목적으로 삼아 온 것도 이런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여성 개인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폭력으로 환원하는 가족주의적 접근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가족이 하나의 단위라는 담론은 가족 구성원들 간의 권력 관계를 은폐하고 외부의 중재를 방해해 폭력을 지속시킨다는 주장이다. 한국 가정 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금태현 지음, 창비)=계간 ‘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하퍼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단절되어’친구들과 함께 살다가 스무살을 맞아 혼자 독립한다. 한국인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어머니와 삼겹살 가게를 하다가 병으로 죽었고, 어머니는 일본에서 재혼해 후쿠오카에 살고 있다. 하퍼는 생계를 위해 망고스퀘어에서 마약 배달, 소매치기, 불법 영상 업로드 등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하지만 비극적이거나 악하기 보다 무심한듯 보인다. 하퍼는 우연히 베렌을 만나 일본에 있는 하퍼의 어머니를 방문한다. 하퍼와 베렌, 어머니와 새 아버지 네 사람은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하퍼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 종국에는 베렌의 가족에게로 확장된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않는 이야기의 마무리, 새로운 형태의 사랑과 가족애를 담백하면서 힘있게 그려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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