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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특권이 되어버린 ‘안정적 결혼생활’
상류층 결혼가치 중시·출산에도 적극적
하층계급은 결혼포기 늘며 정반대 움직임

“경제적 불평등이 고소득 남성권력 강화…
남녀 만남방식, 결혼에 대한 기대 바꿔놔”
美 가족 변화양상, 한국사회에 시사점 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결혼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덩달아 출산율도 감소해 한국은 초저출산 국가가 된지 오래다. 만혼, 이혼은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은 여기에 혼외아이 증가가 골치거리다. 이런 가족의 모습은 50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왜 이렇게 변한 걸까. 50년 전과 달라진 가족의 모습을 지금까지는 도덕 관념이나 피임기술의 발달, 복지, 사회적 병폐, 성해방, 여권 신장 등으로 설명해왔지만 현상을 아우르기에는 미진했던게 사실이다.


미국의 법학자 준 카르본과 나오미 칸이 이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결론적으로 말해 경제적 불평등과 계급이 결혼시장, 가족관계를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가족을 집중 연구한 카르본과 칸은 ‘결혼시장’(시대의창)에서 지난 50년간 미국 가족을 완전히 바꿔버린 소득과 결혼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 가족을 계급에 따라 재구성하고 있고 가족들이 겪는 변화는 계급마다 다르다.

미국 상층 계급은 결혼의 가치를 중시하며 출산에 적극적이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려 한다. 반면에 하층계급은 결혼포기가 증가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렇게 상층과 하층 가정이 정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를 경제적 변화에서 찾는다.

경제적 변화가 고소득 상층 남성의 권력을 강화하고 하층 남성 대다수를 소외시키며 중간층 남성의 수를 감소시킴으로써 남녀가 만나는 방식을 바꿔버린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성과 결혼하고자 하는 상층 남성과 더 이상 생산적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하층 남성 모두 그 수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젠더 협상’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즉 남녀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게끔 만드는 조건이 변한 것이다.

대졸자 대부분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파트너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더욱 분명해질 때까지 결혼과 출산을 미룸으로써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들은 미래의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엘리트가 누릴 수 있는 이점들을 최대한 활용한다. 덕분에 대졸자의 상당수가 결혼 후 경제적으로 안정된 두 부모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게 된다.

소득이 하위 3분의1인 집단에서는 커져가는 남녀 간 격차 때문에 남녀가 서로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경향이 짙다. 만성적인 경제적 불평등은 만성적인 실업과 높은 수감률, 약물 남용과 관련이 있는데 특히 남성과의 상관성이 높다.

가계 소득 분포에서 백분위 50 전후에 위치하는 중간층은 과거 ‘백인 노동자 계급’으로 불린 집단이지만 현재는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과거 이 집단은 보수가 좋은 제조업 생산직에 몸담았지만 이제는 제조업 일자리가 예전처럼 많지 않아 이 집단을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상층에서는 남녀간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지만 중간층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앞선다. 성공한 중간층 여성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성공한 중간층 남성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과거 고졸 여성은 주로 대졸 남성과 결혼했지만 오늘날 고졸 여성은 결혼을 아예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중간층 여성이 다른 집단 여성보다 동거하는 비율이 높다는게 사회학자들에 의해 속속 보고되고 있다. 파트너와 함께 살고 갈라서고 또 다시 누군가와 동거하는 비율이 다른 집단보다 훨씬 높다.



경제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배우자나 결혼시장에서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변화시킨다.

즉 야심찬 대학생들은 학업을 지속하면 결혼과 진로에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한다. 또한 너무 일찍 약혼하거나 아이를 가지면 결혼과 진로에 방해가 되리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자신이 준비가 되면 적당한 배우자가 나타나리라 믿는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여성은 출산을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여길 확률이 높다. 이들은 믿음직스럽지도 않고 부정하기까지 한 파트너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자신과 아이에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확률 또한 높다. 이런 기대의 변화는 종래 도덕관념의 쇠퇴나 여성 해방, 문화충돌 같은 주제로 다뤄지지만 결혼시장이 재구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결과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현재의 결혼시장을 요약하자면 상층에서는 다수의 성공한 남성이 상대적으로 소수인 성공한 여성과 결혼하려 한다. 중간층과 하층에서는 남성보다 더 유능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여성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믿음직한 남성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다.

미국 가족의 변화양상을 분석한 것이지만 한국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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