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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이 책!] 김치·젓갈·된장 등 토종 식재료 이야기 삶이 녹아있는 구수한 사투리로 ‘술~술’
지난 10년 출판을 하면서 대구와 전주, 두 도시를 자주 드나들었다. 대구에는 우리 출판사 첫 책의 저자가 산다. 마당발에 중신어미의 끼를 타고난 그 분 덕분에 대구 지역 귀인들의 책을 꽤 내게 됐다.

전주와도 인연이 깊다. 철학자 김영민 선생과의 오랜 인연으로 전주를 몇 번 가게 되었고, 물 맑고 사람 맑은 이곳에 매력을 느꼈다. 전주의 귀인들은 우연찮게 나를 찾아왔다. ‘알고나 먹자’의 전호용 선생도 그 중의 하나다. ‘본격 식재료 추적 음식문화 박물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그의 첫 저서다. 



그를 알게 된 건 한 인터넷언론의 독자투고 게시판이었다. 여기에 아주 ‘쌈빡한’ 식재료 탐닉 에세이가 올라온다는 지인의 전언을 듣고 방문해보았는데, 아주 색다른 소재였다. 파, 마늘, 생강, 배추, 된장, 김치, 젓갈 등 토종 식재료들을 테마로 ‘썰’을 풀고 있는데 육담이 자글자글 끓었다. 나는 글쓴이가 한식집을 30년 정도는 맡아온 주방장 출신인가 싶었는데, 30대 초반의 일반인이었고 남자였다. 이 무슨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가 싶어 전화번호를 수배해서 약속을 잡고 전주를 내려갔다. 여기서 그의 인생이야기를 들었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 많은 이력을 갖고 있는가 싶을 정도였다. 온갖 식당을 전전한 건 기본이고 인쇄공, 트럭 운전수 등 안한 일이 없었다. 수백 명의 음식을 차려야 하는 기업의 구내식당에서 일한 게 식재료에 눈을 뜬 계기였다. 원래 ‘시다바리’였던 그는 영양사가 일을 그만둔 ‘권력 부재’ 기간에 두각을 드러내 주방을 장악했다. 워낙 기본기가 탄탄했던 탓이다. 갯내 나는 전라도 깡촌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겨울이면 다섯 식구가 안방에 모여 잘 정도로 가난했다. 솥에 나무장작을 때서 밥을 하는 시골에서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받아먹었다. 감수성이 예민하여 이 음식들의 맛과 개성을 그는 몸으로 익혔다. 책을 보면 어린 그가 음식에 눈뜨는 이야기가 구수한 사투리에 실려 있다. 가전(家傳)의 지혜란 웅숭깊은 법.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리지만 스무 살 정도는 많아 보이는 그 덕분에 나도 음식이며, 농사며, 식재료 등에 눈을 뜨게 되었다.

책이 나왔다. 몇몇 언론을 탔지만 독자들 반응은 시원찮았다. 2000부쯤 나갔으려나. 이내 잠잠해졌다. 하지만 저자는 잘 나갔다. 그는 전주에 ‘아톰돈가스’라는 배달 도시락 전문점을 열었다. 돼지뼈를 불에 구워 소스를 만들고, 신선한 재료와 데코레이션으로 특히 여성들의 입맛을 공략했다. 출장길에 우연을 가장하여 들러서 도시락 한판을 나도 얻어먹었다. 1년이 지난 올해 여름, 그는 갓 튀겨낸 돈가스와 오므라이스가 배달 가는 동안 눅어버리고, 부드러운 식감을 잃어버리는 게 안타까워 오픈매장을 열었다. 서너 평 공간의 배달가게가 수십 평의 널찍한 매장이 됐으니 그 짧은 시간에 그의 음식 솜씨가 많은 이의 입맛을 사로잡았음을 알겠다. 축하드린다. 두 번째 책은 이제 편집 들어갔으니 걱정마시라. 꼭 교정지를 들고 찾아가서 신메뉴로 개발했다는 ‘조선불돈가스’를 먹어드리겠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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