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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회 측근 역술인 ‘유령법인’세제혜택…최순실 ‘입김’의혹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 운영

인터넷 홈페이지도 없는 상태

기준 미달 지정기부금단체 선정

기재부 “실적보고 없이 자격유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전에 한때 국정개입 논란을 빚었던 정윤회(61) 씨의 측근 역술인이 운영하는 유령 법인에 정부가 3년째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가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법인을 세제 혜택 대상으로 선정해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입김이 기재부에까지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일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는 지난 2014년 12월 31일 기재부 장관이 고시하는 ‘지정기부금단체’로 선정됐다. 이 법인의 설립자는 역술인 이세민(59ㆍ가명) 씨로, 세월호 사고 당일 비선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 씨와 함께 있었다고 증언해 주목을 받았던 사람이다. 이 씨는 역술인, 무속인으로 언론에 소개되고 있지만, 본인은 한학자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헤럴드경제가 만난 한 역술인에 따르면 그는 정 씨 뿐만 아니라 최 씨와도 자주 상담을 하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술인은 “이 씨가 평소에 자신의 평창동 집에 정윤회ㆍ최순실 부부가 자주 들렀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역술인은 “(이 씨가 설립한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와 관련해)문화융합이라는 단어는 최 씨가 자신의 단체에 자주 사용하던 표현”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문화융합’이란 표현을 두고 주변에서 말이 많았다”고 했다. 재단이 최 씨의 영향력 아래 만들어졌고 지정 기부금 단체 지정 역시 최 씨와의 친분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문화융합이란 단어는 내가 2012년부터 사용하던 표현”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계에 입문할 때부터 나에게 여러 자문을 구했던 정 씨에게 이 개념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준 바 있다“고 했다. 정윤회 씨는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이다.

이 법인은 지정기부금 단체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세제혜택 등 지원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법인이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으려면 기재부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을 받아야만 한다. 지정되면 상속세와 증여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을 거둬 논란이 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도 지난 2015년 지정기부금단체로 선정돼 각종 세제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이 씨의 법인은 홈페이지 등 기부금과 활동내용을 공개할 창구를 마련하지 않아 기본적인 지정기부금단체 신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36조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로 선정되려면 인터넷 홈페이지가 개설돼 있고, 인터넷을 통해 연간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활동을 통한 법인 수입도 회원이 아닌 사회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 이를 문서로 증명해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신청이 불가능하다.

이 법인은 지정기부금 단체로 선정되기도 전에 후원금을 모았다. 실제로 법인 설립 이전인 지난 2013년 3월 한 사립대학교의 후원으로 해외 석학 초청행사를 한차례 진행했다.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대학 관계자는 “당시에는 이 법인이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 법인은 법인 설립일인 지난 2013년 5월 8일 이후에는 아무런 대외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법인 설립 목적이 사회 공헌활동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이 법인은 기부금 모금액과 사용처를 국세청 지정기부금단체 공시를 통해 공개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어 받은 기부금을 합법적으로 지출하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지정을 받더라도 향후 기부금 결산내역을 공개해야 하는데 보고서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지정기부금단체 의무사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관련 보고서를 국세청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지정이 취소될 수 있지만 이 법인은 실적 보고 없이도 3년 가까이 지정기부금단체 자격을 이어오고 있다. 이 법인의 지정기부금단체 지정 기간은 2019년까지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 씨의 법인이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된 것은 외부의 압력 때문일 수 있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평가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기마다 새로 선정되는 지정기부금 단체는 많아 봐야 200개 정도”라며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단체를 실수로 선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 역시 “기부금 모금 내역도 공개하지 않고 홈페이지조차 없는 법인이 선정된 것은 의문”이라며 “정상적인 선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이 씨는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한 것은 맞지만, 당시 실무자들이 담당했던 부분이라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덧붙여 “지난 10월 이후 경영을 지인인 최모(55ㆍ여) 씨에게 맡겨 이후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유오상ㆍ김진원ㆍ고도예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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