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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바뀐 두 도시의 운명… 브라질-베네수엘라 국경은 지금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브라질 북부의 국경 도시 파카라이마 시는 오랫동안 가난한 도시였다. 주민들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줄곧 월경해 바로 옆 석유 부국(富國) 베네수엘라의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으로 갔다. 아이들은 좋은 학교를 찾아,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경제난으로 식량ㆍ의약품 등 각종 물자가 부족해지자 두 도시의 처지는 완전히 역전됐다. 브라질 역시 최악의 경제난에서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물가상승률 2000%에 달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비해서는 천국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이처럼 뒤바뀐 두 도시의 운명을 전했다.


파카라이마는 이전에 단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국 내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베네수엘라 인들이 줄줄이 넘어오면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약빠른 베네수엘라 인들은 물건을 차에 가득 싣고서 자국으로 돌아가 높은 값에 팔고 있다.

주민들은 하나둘 기존에 했던 일을 접고 돈벌이가 되는 식료품 판매에 나섰다. 옷가게도 옷 대신 쌀과 밀가루를 팔고, 호텔 로비에도 요리기름이 가득 싸여 있을 정도다.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도 무역업자들이 돈 냄새를 맡고 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한 현지 주민은 “지난 주에 머리 자르러 미용실에 갔는데, 업종을 바꿨더라”라며 “이곳은 지금 미쳤다. 부자가 되기 위한 열풍이 불고 있다”라고 했다.

올해 들어 10개월 동안 브라질에 난민을 신청한 베네수엘라 국민은 1805명으로 지난 5년 동안 신청한 사람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 국외로 추방된 사람 역시 지난해에 비해 10배 가량 늘었다. 이들 대부분이 파카라이마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다. 파카라이마에도 베네수엘라인 3만여명이 식량, 일자리, 의료서비스 등을 찾기 위해 들어왔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인들이 본국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노숙자와 거지, 매춘부로 머물러 앉아버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치안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과 사회서비스 인력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루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지역 경찰은 “이것은 위기다. 인구 유입 증가로 절도와 살인 등 범죄가 늘고 있다”라고 했다.

베네수엘라가 물자를 빨아들이면서 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이 전염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넉 달 동안 쌀값은 킬로그램 당 1.8헤알에서 3.8헤알로 두 배 이상 올랐다. 밀가루도 3.4헤알에서 7헤알로 올랐다. 의약품 품귀 현상도 점차 확산되고 있고, 병원에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있다. 한 간호사는 “그들은 난민과 유사하다. 의약품 수요가 우리 능력을 넘어선다. 우리에게 지금은 비상사태다”라고 했다.

물가가 오르는 것과는 반대로 베네수엘라 인들이 눌러앉아 직장을 구하고 나서는 통에 파카라이마 주민들의 임금은 떨어지고,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게 됐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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