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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순위 마감은 딴나라 얘기”…야금야금 퍼지는 미분양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난 5월 경남 창원에서 분양을 시작한 B아파트. 4298가구 초대형 규모로 눈길을 끌었다. 분양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3000가구 넘게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 여파로 올해 초까지 1000가구를 밑돌았던 창원의 미분양 주택은 현재 4466가구(9월 말 기준)로 불어났다. B아파트 외에도 수백가구를 아직 팔지 못한 사업장들이 많다.

충청권에선 “1순위 마감은 딴나라 이야기”라는 분위기다. 충남 공주 H아파트. 역시 올 5월 분양을 시작했는데, 청약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공급가구수(562가구)에 비해 청약자가 절반에도 못 미쳤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잔여가구 계약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웃한 아산시의 분양시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아산테크노밸리(산단)와 배방지구(택지지구)에 들어 아파트에 미분양이 상당수다.

미분양 주택이 야금야금 퍼지고 있다. 충청도와 경상도의 중소도시 중심으로 쌓여가는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경기도에서도 미분양이 수천가구에 달하는 지역들도 보인다. 현재 전국의 미분양 숫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후와 비교하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2009년 3월엔 전국적으로 16만5000여가구가 미분양이었다.

충청ㆍ경남권에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증가세가 급격하지도 않고, 2009~2010년 당시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미분양 폭탄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내년부터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경제여건이 나빠지면 미분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의 한 택지지구 전경.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하면 팔리지 않는 집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9월 말까지 집계된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00가구다. 전달보다 1800여가구 줄었다. 올해 내내 6만가구 초반 수준을 지키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숲이 아닌 나무를 보면 사정이 다르다. 지역별로 미분양을 잔뜩 쌓아둔 곳들이 보인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충남(9585가구)다. 지난해 말 9000가구를 돌파한 뒤 좀처럼 털어내질 못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천안(3401가구) ▷예산(1474가구) ▷아산(1020가구)에 특히 많다. 지난해 말보다 미분양 주택이 13.9% 가량 늘어난 충북(4164가구)에선 청주(1619가구)의 몫이 많다.

충청권에선 주택업계에선 “세종시가 주택수요 다 빨아들인다”는 푸념이 나온다. 세종시만 4개월 내리 미분양 ‘제로(0)’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7월부터 외지인들이 세종시 아파트에 당첨되는 비율이 높아진 영향이 분명 있다. 웬만큼 좋은 입지가 아니라면 충청도에서 1순위 통장을 꺼낼 일이 없다는 게 지역민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경상권에도 주인 못 찾은 주택이 많다. 지난해 말과 견줘 경북(6716가구)의 미분양은 76% 가량 증가했고, 경남(8801가구)은 2배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경남 내 미분양분 절반은 창원시(4466가구)에 몰려 있다. 이곳은 작년 한해만 9200여가구가 새로 입주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새 아파트 공급이 활발했다.

과잉공급, 미분양은 정부도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는 부분이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내년부터 과잉공급에 의한 주택경기 하방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9월 수도권 8곳, 지방 16개 시ㆍ군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배경에도 이런 위기감이 놓여 있다. 지방 미분양관리지역 16곳 중 11곳은 충청ㆍ경북지역이었다.

미분양이 더 늘어날까. 현재로서는 전문가들도 이 질문에 쉽게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미분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는 봐야한다. 내년 중 7만가구까지 찍을 것”이라면서 “수도권에서도 내년엔 미분양이 더 느는 지역이 생길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7만가구 이상 늘어날진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신규분양된 것이 워낙 많아서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것이지 이게 지속될 것 같진 않다.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앞으로 주택공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미분양 어디에 많나(9월말 기준)

지역 미분양물량(가구)

경기도 평택 4261

용인 4374

충남 천안 3401

경북 포항 1786

경남 창원 4466

자료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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