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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가려움에 ‘치떠는 하얀밤’
건선환자 우울증 발병위험 일반인의 2배…피부건조증과 증상 유사 치료시기 놓치거나 자의적 판단땐 완치 힘들어



테니스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직장인 장모(35)씨는 가을철이면 피부문제로 고민이 많다. 특히 요즘처럼 건조해지는 시기에는 더욱 괴롭다. 주말 새벽부터 테니스를 치다 보면 쌀쌀하고 건조한 날씨에 정강이부터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 견딜 수 없이 가렵다. 계속 긁다 보면 피가 나기도 하고 흉터까지 생긴다. 긁지 않으려 애를 써 봐도 자는 중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갈 정도다. 연고를 발라봐도 잠시뿐 가려움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습도가 낮아지는 가을철은 피부가 건조해져 피부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시기다. 특히 건선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자외선이 줄어들고 습도가 낮은 가을철과 겨울철에 악화되는 대표적 피부질환이다. 연고나 광선치료법을 사용하면 증상이 크게 완화되지만,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온몸으로 번져 나간다. 


심리적 위축·자신감 상실로 대인기피증까지…

건선의 대표적인 증상은 울긋불긋한 피부 발진과 비늘과 같은 각질이다.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갈라짐으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에 대한 불편함보다 건선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다.

변지연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피부에 발생해 증상 부위가 겉으로 드러나고 각질이 동반되기 때문에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며 “전염성이 없는 건선을 전염병으로 오해하는 등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환자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편견은 환자로 하여금 심리적인 위축과 자신감 상실을 느끼게 해 심하면 우울증까지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뉴욕대 의료센터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원인을 환자들이 자신의 건선 증상이 타인들에게 혐오감이나 전염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줄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건선은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면 증상을 충분히 완화시킬 수 있다. 다만 건선의 증상이 기타 피부질환과 유사해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 치료에 어려움을 준다. 건선으로 인한 피부 각질과 가려움증은 무좀이나 습진, 피부건조증의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오인하고 자의적 판단으로 잘못 대처할 경우 건선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또 건선 치료 이후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환자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했다간 재발하게 되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만성 질환이 되면서 완치가 힘들어질 수 있다. 변 교수는 “경증의 초기 건선을 일반적인 습진으로 오인해 잘못 치료하다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인들은 건선의 증상을 다른 피부질환들과 구별하기가 어려우므로, 피부에 이상증세가 나타났다면 즉시 피부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건선·피부건조증의 차이?…붉고 두꺼운 각질-하얀각질

먼저 흔히 건선과 혼동하는 피부건조증은 피부의 수분이 10% 이하로 낮아진 상태로, 습도가 낮아지는 가을과 겨울에 많이 발생해 건선과 혼동하기 쉽다. 피부건조증과 건선 모두 피부각질이 일어나고 가려움증이 동반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외형적으로 볼 때 건선은 붉고 두꺼운 각질이 발생하는 차이가 있다. 그에 반해 피부건조증은 발진 증상 없이 피부가 전체적으로 푸석푸석하게 마른 상태로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손ㆍ발톱에 건선이 발생하면 그 증상이 무좀과 유사하게 나타나 많은 환자들이 건선임에도 이를 착각해 무좀약을 복용하거나 바르기 쉽다. 또 손ㆍ발바닥에 생기는 건선도 피부각질과 물집이 잡히는 증상이 무좀과 구분이 힘들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무작정 무좀약을 사용하기보다 피부과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건선과 습진을 혼동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가려움증이다. 그러나 피부 각질은 건선이 더 두껍게 나타나고 습진은 진물이 동반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습진의 일종인 지루성 피부염이 두피에 발생하면 두피 건선과 동일하게 쌓인 각질이 비듬처럼 떨어지기 때문에 구분이 더욱 어렵다.

건선과 습진은 모두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각각 다른 치료법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올바른 치료법을 선택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건선 예방하려면…실내온도 22도-습도는 45% 유지를

건선을 예방하려면 우선 실내온도를 약간 서늘한 22도 정도로 낮추고, 실내습도는 4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 이와 함께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를 통한 수분의 손실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습도가 30% 이하가 되면 피부나 안구에 건조증이 발생될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 가습기를 틀거나 세탁물을 실내에 널어두는 것이 좋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충분한 물을 마시고 과도한 음주나 커피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목욕을 지나치게 자주 혹은 장시간 하거나 비누를 과다 사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샤워는 하루 1회, 탕욕은 1주 1회 정도가 바람직하며 물의 온도를 너무 뜨겁지 않게 하고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등 피부가 접히는 부분은 가급적 비누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장시간의 목욕은 탈수상태를 초래해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한다. 목욕 후에는 3분 이내에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서 피부에서 수분증발이 지속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송해준 고대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 환자는 피부 소견 이외에도 관절염,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동반질환들을 함께 앓게 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이 질환을 오래 앓고 있는 환자 중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치료를 받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자연요법에 몰두하기도 하는데, 이는 피부증상의 악화뿐만 아니라 동반되는 질환의 증상도 악화시켜 점점 이 질환으로 인한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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