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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상공인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울산서점협동조합’, 협동조합 성공 운영으로 새길을 찾다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



[헤럴드경제(대전)=이권형 기자] 최근 10여년간 전국 9500여개에 달했던 동네 서점의 95%가 문을 닫았다. 대형 서점의 지방 진출에 인터넷 서점의 할인 공세까지 더해져 동네 서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 맞서기 위해 동네서점 사장들이 뭉쳐 만든 협동조합이 있다. 울산서점협동조합(이사장 박세기)은 지난 2012년 12월 업계에 잔뼈가 굵은 울산지역 23개 동네서점 사장들이 힘을 모아 출자금 4000만원으로 설립한 조합이다.

이후 이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공동설비 지원금을 받아 협동조합 사무실 내에 책장, 컴퓨터, 복사기 등을 마련하고 공동 납품을 위한 차량 2대도 구입했다.

영업 채비가 갖춰지자 조합은 울산시청을 비롯한 초ㆍ중ㆍ고등학교의 도서관, 작은도서관, 각종 주민센터 등에 필요한 도서를 공급하고, 공동구매와 공동물류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자 고군분투해 왔다. 이로써 주요 거래처만 50여개에 이르고, 협동조합 설립 2년만에 매출 1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다. 동네 서점의 부활을 꿈꾸며 협동조합을 설립했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존재했다. 특히 정부가 동네 서점을 지원하겠다며 공공기관 도서구입 입찰자격제한제도를 도입했지만 엉뚱한 이들이 수혜자가 돼버렸다. 서점 운영 및 서적 유통과는 전혀 무관한 업체가 입찰금과 관련 서류만으로 입찰에 참여해 최저가로 낙찰을 받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협동조합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7월 ‘공공기관 우선 구매제도’의 혜택이 있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했다.

이후 조합은 책값 덤핑없이 좋은 책들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으며 비로소 울산서점협동조합은 서점협동조합 중에서도 가장 먼저 사회적기업을 시행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게 됐다.

현재 조합은 사회적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환원키 위해 마을기업이나 장애인 단체 등에 도서를 기증할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동네서점 사장들이 뭉쳐 만든 울산서점협동조합(이사장 이세기ㆍ왼쪽 세번째)은 문화 서비스 역량 강화로 동네서점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 울산시 북구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도서관 ‘인문학 서재 몽돌’과 업무협약을 맺어 도서를 무상으로 기증하고 있으며, 1년에 5~8회 정도의 인문학 콘서트도 개최하고 있다. 인문학 콘서트는 시 낭송회, 독서토론회, 저자 사인회 등 알찬 프로그램 구성으로 지역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한번 개최하는 데만 200여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지만 조합은 총판사업 시스템을 구축해 협동조합의 이윤을 실질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작은도서관과 연계한 문화행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세기 이사장은 “서점도 이제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하나의 문화 놀이터라는 새로운 복합문화 공간 개념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즐겁게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건강한 문화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것이 조합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kwonh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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