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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낯 간지러운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 5위 한국
세계은행(WB)이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나라 5위로 평가했다. 지난해 4위에서 한 계단 내려왔지만 평가대상 190개국 중 다섯번째라면 자랑스러워할만하다. 2008년 23위에서 눈부시게 약진한 결과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높고 우리 앞쪽엔 싱가포르, 뉴질랜드, 덴마크, 홍콩만 있을 뿐이다. 정부는 “규제개혁과 제도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기업활동에 따른 비용과 제도적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환경에 도달한 것”이라며 자화자찬식 평가를 내놓는다.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도 인정하지 않고 근로자 최저임금이 스위스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걸 보면 분명 좋은 환경임에는 틀림이 없다. 미국에선 소비자 피해 배상에 147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씩이나 내놓으면서 한국엔 단 한 푼의 배상계획도 없는 폴크스바겐이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미국의 10분의 1도 안되는 위자료 지급계획을 밝힌 옥시에는 기업천국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상위권의 환경에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여길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정부와 현장의 목소리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 정부가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서류 한두장 줄었다고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눈에 띄는 개선은 없다는 것이다. ‘손톱 밑 가시’나 ‘도로의 전봇대’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노동개혁이 그토록 중요하지만 정쟁을 볼모로 한 국회 싸움에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자발적이라고 포장된 준조세다. 정부가 만든 관제재단은 기업들 입장에선 ‘돈 먹는 하마’다. 더민주가 최근 작성한 ‘박근혜 정부의 권력형 재단 설립 및 모금 현황 자료’를 보면, 미르재단 486억원, 케이스포츠재단 288억원, 청년희망재단 880억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 210억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 100억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200억원 등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6개 재단에 대기업이 내놓은 돈만 2164억원이나 된다.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 방식의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지적도 없지 않다. 개별 법령 분석 중심인데다 노동ㆍ교육 분야는 아예 평가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좀 더 종합적인 방식을 따르는 국가경쟁력 순위(26위 WEF, 29위 IMD)와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세계 5위라는 순위에 박수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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