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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 대통령, 斷指의 심경으로 특검 조사 자처해야
‘최순실 파문’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25일 대국민 사과를 지켜보는 심경이 더없이 참담하다. ‘비선 실세’라는 최씨의 실체를 박 대통령 본인의 입을 통해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능력조차 검증되지 않은 한 중년 여인에게 현직 대통령이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허탈하고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더 경악할 일은 최씨의 국정농단이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군사ㆍ외교 등 국가 안보 관련 사안은 물론 사회 문화 의전, 심지어 인사문제까지 깊숙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보고자료’가 거의 실시간으로 최씨의 개인 사무실 책상에 올라와 있었다는 믿기 어려운 증언까지 나왔다. 그게 사실이라면 국정 개입을 넘어 최씨가 대한민국을 사실상 지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 야권 정치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비선 실세의 폐해는 어느 정권이건 늘 문제가 됐다. 전두환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그 형제가,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는 아들이 최고권력자를 등에 업고 막강 권력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도 따지고 보면 더 이상 이같은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이기도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예쁜 조카’도 만나지 않을 정도로 주변 관리에 철저했다. 하지만 결국 박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 정권 때보다 훨씬 그 정도가 심했다. 비선 실세의 딸이면 명문 사학에 입학하고 출석도 하지 않고 부실한 레포트를 내도 성적이 잘 나왔다. 마음만 먹으면 불과 며칠만에 수백억원을 돈을 모아 재단을 만들고, 그 과정을 따지는 실무 공무원들의 옷도 벗겼다. 국민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어느 때보다 큰 것은 이런 까닭이다.

모든 권력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행사돼야 한다. 그래야 견제가 가능하고 권한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반면비선들은 권력만 휘둘렀지, 책임도 통제도 받지 않는다. 이처럼 건강하지 못한 권력은 그 말로가 좋을 턱이 없다. 역대 비선 실세 대부분은 영어의 몸이 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게 이를 잘 설명해준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마다 왜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는지 그저 참담할 뿐이다. 두 말 할 것 없이 박 대통령 스스로 특검을 자처하고 본인부터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나마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비선 전횡 흑역사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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