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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같아 필리핀서 연행ㆍ억류된 황당 사연…한국대사관 뭐했나
[헤럴드경제]지난달 5일 사업차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입국한 A(45ㆍ부산 남구) 씨는 입국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강간미수범으로 몰려 연행됐다. A 씨가 필리핀에 억류된 한달 동안 필리핀 한국 대사관은 재판 과정에서 그가 피고소인이 아니라는 확인서를 보냈을 뿐, 아직 필리핀 법무부에 공식 항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억울하게 연행된 것은 똑같은 이름의 한국 남성이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현지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고소돼 그의 이름이 수배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다. A 씨는 동명이인일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공항 경찰에 인계됐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A 씨는 다음날 12만 페소(약 3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됐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법원에 넘겨 재판을 받게 됐다. A 씨는 재판에서 강간 미수범이 결코 아니라고 밝혔지만, 판사는 일주일 내 증거자료를 낼 것을 요구했다.

A 씨는 강간미수 사건이 발생한 날 한국에 있었다는 출입국 기록을 필리핀 대사관과 이민국에서 각각 받아 일주일 뒤 재판에서 제출했다.

A 씨의 국선 변호사는 진범 B씨와 A 씨의 생년월일이 다른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달(10월) 11일 다시 법정에 출두하라고 결정했다.

꼼짝없이 한 달여를 필리핀에 있어야 할 처지에 놓인 A 씨는 현지 법무법인과 계약, 재판 날짜를 9월 26일로 앞당겨달라고 했다. 그는 또 강간미수 피해자를 직접 데려오면 풀어주기로 법원 측과 합의했다. 하지만 A 씨가 피해 여성의 고소 서류에 나온 주소로 찾아갔을 때 여성은 이사한 상태였다. A 씨는 우여곡절 끝에 만난 여성에게 법정 출두를 부탁했고, 이 여성은 대가로 10만 페소(약 250만원)를 요구하며 변호사와 상의한 뒤 출석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지만 재판일까지 연락이 없었다. 결국 재판일은 이달 3일로 다시 연기됐다. 뒤늦게 법정 출두 의사를 밝힌 피해 여성이 재판에 출석해 A 씨가 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언한 뒤 비로소 그는 강간미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A 씨는 사흘 뒤 도망치듯 필리핀을 빠져나오면서도 출국 이민국에 붙잡혔고 재판판결 자료를 제출한 뒤에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A 씨는 필리핀에서의 악몽 같은 한 달 동안 일은 거의 하지 못했고 변호사비 등으로 1500만원 상당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강간미수 사건으로 고소된 진범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한국에 입국했다가 현재 외국환관리법 위반과 해외 도박 혐의로 붙잡혀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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