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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순실의 연설문 사전입수 朴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현 정권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본 정황이 드러났다는 JTBC 보도가 충격적이다. 최씨 소유의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 200개를 입수해 분석해 보니 44개가 대통령 연설문이었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파일을 열어본 시점이 대통령이 실제 발언을 하기 전으로 길게는 사흘이나 앞서기도 했다는 점이다. 2014년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로드맵을 발표했던 드레스덴 연설문도 하루 전에 받아 본 흔적이 나왔다.

연설문 뿐이 아니다. 주요 국무회의 모두 발언도 미리 받아보았다고 한다. 심지어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등 비서진 일부 교체 내용이 담긴 2013년 8월 6일 국무회의 발언까지 이틀 전에 최씨 손을 거쳤다니 놀랍다 못해 두려움마저 느낄 지경이다. 더욱이 최씨에게 전해진 일부 연설문에선 수정을 의미하는 붉은 글씨가 다수 발견됐고, 실제 연설 땐 대통령이 원본과 다르게 읽히기도 했는 것이다. 최씨의 측근인 고영태씨가 “회장(최씨)이 제일 좋아하는 일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는 언급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이런 괴이한 말이 흘러나왔을 때 청와대는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며, 성립 자체가 안되다”면서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 격하게 반응했다. 하긴 일반 국민도 상식 밖의 일로 치부하며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정황이 드러났으니 그 충격이 대단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직 이렇다 할 말이 없다. 사실이 아니라면 펄쩍 뛰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침묵이 길어지는게 수상쩍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보도의 내용을 어느정도 인정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실 여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그간의 최씨 관련 의혹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국정 농단이 아닐 수 없다. 핵심 측근이 아니면 회람조차 할 수 없는 대통령 연설문을 태연히 들춰보고 손까지 댄 것은 중대한 ‘국기(國基) 문란’ 행위다.

문서를 작성해 최씨에게 보낸 사람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고 한다. 단언컨대 대통령 모르게 이런 일 할 간 큰 측근은 없다.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거나 적어도 알았다고 보는게 맞다. 청와대가 아닌 박 대통령이 직접 이번 사안을 해명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종적을 감춘 최씨의 입국과 검찰 출석을 직접 요구해야 한다. 증폭되는 국민적 불신과 의혹을 놔두고는 국정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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