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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糖) 떨어진 이집트… ‘설탕 품귀’에 국민들은 폭발 직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수마야 오위스(37ㆍ여)는 며칠 전 4살배기 아들이 설탕통에 손을 넣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홧김에 손찌검을 했다. 날품팔이 인부인 남편이 벌어오는 일당 2달러로 근근이 먹고 사는 그들은 그렇게 좋아하던 ‘옴 알리’(견과류, 설탕 등을 넣어 만든 이집트 간식)도 끊어버리던 차였다. 설탕은 너무도 귀한 것이 됐기 때문이다.

이집트 국민들의 설탕 사랑은 유명하다. 찻잔에 설탕을 몇 스푼씩 넣는 것은 예사고, ‘설탕 폭탄’이라 할만큼 무시무시한 단 맛을 자랑하는 옴 알리도 인기가 많다. 전 국민의 1/5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그런 이집트에서 최근 설탕 가격 폭등 및 품귀 현상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 수준에 이르렀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집트에서 설탕 공식 가격은 1파운드(0.45㎏) 당 6센트에서 15센트로 2년 만에 2.5배나 올랐다. 그러나 실제로 시중에서는 설탕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조그만 가게에는 물량이 거의 없고, 대형 상점들은 1인당 1㎏씩 한정해서 판매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어떤 사람이 설탕 10㎏을 샀다는 죄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때문에 암시장이 성행하게 됐고, 공식 가격의 세 배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설탕 가격 폭등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집트 경제 추락이 첫 손에 꼽힌다. 이집트는 주된 달러 벌이 수단이던 관광업이 무너지고, 유가 하락으로 걸프 지역에 나가있는 노동자들이 보내오던 돈도 줄었다. 또 수에즈 운하 통행료 수입도 줄었다. 이집트 정부는 2014년 없는 살림에 빚까지 내가며 운하를 확장했지만, 글로벌 무역량 감소로 물동량이 줄고 유가 하락으로 희망봉 항로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본전도 못찾을 판에 처했다.

곳간이 빈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식량 등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해 버렸다. 이집트 가계 경제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이집트 국민의 88%인 약 8000만명이 정부가 발행한 전자 캐시 카드로 정부의 보조를 받은 식량을 구매하고 있다. 수도, 전기, 가스 등도 보조금 지급 품목이다. 이집트 국민의 생활에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환율 역시 문제다. 경제가 추락하자 암시장에서는 이집트 파운드화의 가치도 폭락했고, 이는 이집트의 수입 물품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집트의 설탕 과소비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모하메드 노시르라는 정치인은 현지 언론 기고에서 이번 사태가 비만과 당뇨 해결에는 축복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설탕 소비를 80% 정도 줄여야 한다. 합리적인 양을 소비하면 보조금 없이도 쉽게 설탕을 구입할 수 있다”라고 썼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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