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국제사회의 논의에서 기후변화보다 더 심각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물 위기’이다. 2015년 다보스포럼에서 물위기를 가장 중요하며 영향력 있는 문제로 선정하였다. 유엔(UN)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이면 약 27억 명이 심각한 물부족 상황에 직면한다고 하니, 1970년대 ‘석유파동’(oil shock)처럼 가까운 미래에 ‘물파동’(water shock)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2025년에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이 많게는 1327㎥, 적게는 1199㎥가 될 것으로 분석해 갈수록 물사정이 어려워지는 물부족 국가로 지정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석유파동을 맞았을 때의 위기를 오히려 중동시장 진출의 기회로 활용하며 경제성장을 이끌어 냈다. 이제 ‘물’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우리는 또 다시 기회를 엿봐야 한다. 이름하여 물시장이다. 세계 물시장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07년경만 해도 400조원 안팎이었던 세계 물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5년에는 95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의 주력수출품목인 반도체나 조선 산업보다 큰 규모이다.
물시장은 전기와 도시가스처럼 인프라 건설시장인 동시에 기기ㆍ소재 등의 제조시장과 운영ㆍ관리의 서비스 시장까지 포함한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더없이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내 물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의 수출 참여율은 평균 4.5%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 중소기업의 평균 수출참여율인 19.9%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물시장을 고려할 때 해외진출 확대와 수출 산업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행히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물산업 육성을 위해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약 3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약 20만평 규모로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식수 부족, 물위기!’ 이것은 더이상 먼 훗날의 요원한 얘기가 아니다. 일이십년 이내에 기후변화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크고 강력하게 다가올 위협이다. 증강현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과학이 제아무리 발전한들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물공급의 중요성을 대체할 수 있겠는가. 물이 가치적 측면에서 석유를 능가하는 블루칩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물산업 클러스터를 비롯해, 물산업 육성 지원정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질 없이 진행되어 우리 업체들이 세계 물시장의 선두에 우뚝 서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