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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장현숙 무역협회·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기후변화, 다음은 ‘물’이다
지구에서 살고 있다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후변화 위협은 일상화됐으며 이에 대한 대응은 세계적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회의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을 때만 해도, 기후변화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국가와 별로 상관없는 요원한 얘기였다. 불과 20여년 만에 기후변화 대응이 최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사회의 논의에서 기후변화보다 더 심각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물 위기’이다. 2015년 다보스포럼에서 물위기를 가장 중요하며 영향력 있는 문제로 선정하였다. 유엔(UN)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이면 약 27억 명이 심각한 물부족 상황에 직면한다고 하니, 1970년대 ‘석유파동’(oil shock)처럼 가까운 미래에 ‘물파동’(water shock)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2025년에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이 많게는 1327㎥, 적게는 1199㎥가 될 것으로 분석해 갈수록 물사정이 어려워지는 물부족 국가로 지정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석유파동을 맞았을 때의 위기를 오히려 중동시장 진출의 기회로 활용하며 경제성장을 이끌어 냈다. 이제 ‘물’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우리는 또 다시 기회를 엿봐야 한다. 이름하여 물시장이다. 세계 물시장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07년경만 해도 400조원 안팎이었던 세계 물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5년에는 95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의 주력수출품목인 반도체나 조선 산업보다 큰 규모이다.

물시장은 전기와 도시가스처럼 인프라 건설시장인 동시에 기기ㆍ소재 등의 제조시장과 운영ㆍ관리의 서비스 시장까지 포함한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더없이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내 물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의 수출 참여율은 평균 4.5%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 중소기업의 평균 수출참여율인 19.9%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물시장을 고려할 때 해외진출 확대와 수출 산업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행히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물산업 육성을 위해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약 3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약 20만평 규모로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식수 부족, 물위기!’ 이것은 더이상 먼 훗날의 요원한 얘기가 아니다. 일이십년 이내에 기후변화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크고 강력하게 다가올 위협이다. 증강현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과학이 제아무리 발전한들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물공급의 중요성을 대체할 수 있겠는가. 물이 가치적 측면에서 석유를 능가하는 블루칩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물산업 클러스터를 비롯해, 물산업 육성 지원정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질 없이 진행되어 우리 업체들이 세계 물시장의 선두에 우뚝 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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