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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3편의 뮤지컬에 동시에 오른 ‘고종’
굴곡 많은 한국사에서 가장 극적인 시기는 언제일까.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여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빼앗기기만 했던 개화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급격히 변화했던 해당 시기 역사가 수차례 조명된 바 있다. 올 가을 공연계에서도 조선 말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세 편이 같은 시기 무대에 올랐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조선의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 제1대 황제인 고종(1852~ 1919)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고종은 명성황후와 대원군의 치열한 세력 다툼 속에 청나라, 일본 등 열강의 내정 간섭을 겪으면서 안팎으로 시달렸다. 서방국가와 조약을 통해 신문물을 받아들이며 외교의 길을 텄지만, 일본의 무자비한 침략 앞에 결국 국가의 주권을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다.



시작을 알린 작품은 지난달 13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곤 투모로우’다.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오태석의 희곡 ‘도라지’를 연출가 이지나가 현대적 감각의 느와르로 재탄생시켰다. 혼돈의 시대 자신의 의지를 거세당한 왕 고종은 개화파 지식인 김옥균을 앞세워 혁명을 도모하지만 실패한다. 이후 반도를 장악한 이완 총리에게 휘둘리다 끝내 나라를 강탈당하면서 극심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과정이 그려진다.

같은 연출가가 지난 2013년 서울예술단의 가무극으로 처음 선보인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오는 11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과 다시 만난다.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녀의 진짜 얼굴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극 중 고종은 대원군의 위세에 억눌려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따르려 하는 양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배우 박영수가 두 작품 모두에서 고종을 연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고종 독살 음모사건을 그린 뮤지컬 ‘노서아 가비’ 역시 커피가 처음 전해진 개화기를 극의 배경으로 삼았다. 김탁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창작돼 11월까지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에서 공연된다. 1896년 일본의 위협으로 왕궁을 떠난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며 ‘커피광’이 된 고종을 커피로 암살하려는 사기 조직단의 사연을 풀어낸다. 어디 하나 마음 기댈 곳 없던 비운의 황제의 쓸쓸한 면모를 강조했다.

세 작품은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faction) 창작 뮤지컬이라는 공통분모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역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내 관객에게도 사고를 확장할 기회를 준다. 각 뮤지컬이 표현하는 고종은 단면적 인물로 규정지을 수 없을 만큼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역사책 속 지루하게 나열돼 있던 주요 사건을 익히는 것에 지쳤다면, 공연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보다 흥미롭고 세련된 방식으로 역사 지식을 넓힐 수 있을지 모른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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