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규제당국의 ‘불허’ 딱지로 인해 무산된 M&A 규모는 692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M&A 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무산된 M&A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6년 1~9월 글로벌 M&A 시장 규모 (%는 전년 동기 대비 M&A 규모 변화)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자료=딜로직] |
톰슨로이터와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1~3분기 M&A 규모는 전년대비 31% 감소한 1조 달러(약 1105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의 M&A 감소에는 당국의 규제 영향이 가장 컸다.
로버트 킨들러 모건스탠리 M&A 글로벌 부문장은 미국 규제 당국이 사무용품 1ㆍ2위 기업인 스테이플스와 오피스디포의 63억 달러 규모 합병을 불허한 것을 언급하면서 “규제당국에 의해 가로막힌 수많은 협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M&A 시장 규모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자료=딜로직] |
유럽의 M&A 규모는 지난해보다 19% 줄어든 4849억 달러,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는 20% 줄어든 6250억 달러로 조사됐다.
게다가 영국은 브렉시트 여파로 전세계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통상 영국에서의 M&A 계약 비중은 10∼20% 사이를 오갔지만, 올해 들어서는 8%에 그쳤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43억 달러(약 26조8587억원)에 암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대형 M&A도 있었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계약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윌헴 슐츠 시티그룹의 유럽ㆍ중동아시아ㆍ아프리카 수석 M&A전문가는 “과거에는 영국기업과의 M&A 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브렉시트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여전히 영국에서 새 법인을 등록하고 싶어하면서도 브렉시트로 인한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해 기피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분야별 글로벌 M&A 시장 규모 변화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자료=딜로직] |
기술유출이나 국가 핵심산업 약화를 이유로 다국적 M&A를 경계하는 움직임도 기존 M&A 주요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호주연방정부는 전력유통업체 오스그리드 인수에 나선 중국의 청풍인프라그룹(CKI)의 제안을 거절했다. 호주 당국은 대신 호주의 주요 퇴직금 운영업체 2곳이 오스르리드를 인수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액도 CKI의 인수 제안가(160억 호주달러)보다 훨씬 낮은 100억 호주달러에 그쳤다. 호주 당국은 지난 4월에도 대규모 목장기업인 ‘S. 키드먼 앤드 컴퍼니’의 중국 매각도 국익을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지난 7월 스페인 NH호텔그룹 이사회는 최대 주주가 된 중국 HNA 그룹에의 합병에 반대했던 페드리코 곤살레스 테헤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이사 4명을 해고조치 했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자국 기업이 중국에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논의가 제기됐다.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을 통해 중국 기업이 자국 반도체기업인 페어차일드와 데이터업체 샌디스크를 인수하는 것을 불허했다.
한편, 기업의 입장에선 국내 M&A보다 다국적 M&A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ㆍ저금리 기조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 다국적 M&A만큼 매출규모를 크게 확장시키는 사업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FT가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집계한 주요 100대 M&A 계약 건 다수가 다국적 M&A에 해당했다. 올해 가장 큰 M&A는 독일 바이엘의 미국 메이저 농업기업 몬산토 인수(660억 달러)건이었다. 중국 화공그룹(켐 차이나)의 스위스 농화학기업 신젠타 인수(466억 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성사된 다국적 M&A 규모는 9000억 달러로 전체 M&A 규모의 40%를 차지했다. 지난달 말에는 프랑스의 최대 요구르트 기업 다농(Danone)이 미국 주요 식음료기업인 화이트웨이브 푸즈 컴퍼니를 125억 달러에 인수하고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암즈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다수의 다국적 M&A가 체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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