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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와 性 ②]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 거부, 어떻게 생각하나요
-‘성 주체성 장애’ 따른 병역 면제 논란

-전문가들 “대체복무제 도입등이 한 방안”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 A 씨는 지난 2012년 입영 신체검사에서 귀가조치를 받았다. ‘성주체성 장애’, 동성애자라는 이유에서였다. 귀가 후 재신체검사를 받은 결과 A 씨는 신체등위 3급 판정을 받았다. 병무청은 A 씨에게 현역 입영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현역병입영대상자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병무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A 씨의 그간 진료기록과 상담내용을 종합했을 때 남성중심 집단에서 군복무를 하기에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A 씨를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본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동성애자도 병역의 의무를 진다. 우리나라 병역법은 성적 지향이나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할 경우 병역법 88조 1항에 따라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현행법 체계에서 예외적으로 동성애자가 군 생활을 피할 수 있는 경우는 신체검사에서 ’부적격자’로 인정되는 것 뿐이다. 성전환 시술 등을 해 일반 남성과 현저히 다른 신체를 갖거나. ‘성주체성 장애’로 판정받는 방법이다. 이 경우 병역법 12조에 따라 신체검사 5급~7급 판정을 받아 현역 혹은 보충역 복무에서 제외된다. 

병역의 의무와 성주체성 장애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대체복무제 도입 및 방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시민단체 등은 이같은 이유로 군 면제를 받는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으며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판정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병역을 거부해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서울북부지법은 동성애자로서 군생활을 거부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고 복귀명령을 거부한 전투경찰 B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 씨는 병역의무를 면제받거나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채 스스로 군에 입대해 복무하다가 병가를 받아 기자회견 등을 하며 복귀명령을 거부해 그 죄가 무겁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성애자들이 재검을 통해 ‘성주체성 장애’로 인정돼 귀가조치를 받더라도 수년 간 법정에 서야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군입대 이틀만에 귀가조치를 받은 C 씨는 꼬박 2년간 재판을 받았다. 검찰이 C 씨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동성애자 행세를 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기 때문이다. C 씨는 2년 간의 재판과정에서 “입대전 성전환 수술을 고민하며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성화로 입대하게 됐다”며 “도저히 군생활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성 정체성을 밝혔고 귀가조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2014년 C 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전문 심리위원의 상담 결과 등을 종합하면 성 주체성 장애가 없음에도 속임수를 썼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물론 이성애자가 자신이 동성애자라며 속여 병역을 기피하려 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병역법 86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C 씨는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성호르몬을 투여받은 사례다. 총 1년간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자 가슴이 커지는 등 C 씨의 몸에 변화가 나타났다. C 씨는 병무청에 ‘성정체성장애’라는 취지의 병원 진단서를 내 병역을 면제받았다. 검찰조사결과 C 씨는 지인을 통해 “트렌스젠더로 보이면 병역이 면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병역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 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은 “C 씨가 병역을 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신체 변화를 조작했지만, 성주체성 장애 증상이 어느정도 있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동성애자 등 현실적으로 군 생활을 하기 힘든 이들에 대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그에 따른 대체복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동성애자의 병역기피를 범죄로서 바라보고 있지만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된다면 군대를 기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복무를 유지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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