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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시행 이후 ②] 솔로몬도 100% 이해못할 ‘직무관련성’
-법 시행 이후 점점 더 ‘직무관련성’ 혼선

-대법원도 “시간 지나면서 판례 쌓여야”

-뇌물죄 등 적용 직무관련 “너무 포괄적“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직무관련성’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직무관련성에 따라 법 적용을 달리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데 만나는 사람들과 직무관련성을 잘 모르겠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 생각이다.

직무관련성도 ‘직접적’, ‘잠재적’ 등으로 세부적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혼선이 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직접적 직무관련성의 사례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들었다. 교사는 일상적으로 학생의 성적을 매기기 때문에 학부모와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어 커피 한잔도 대접받으면 안되는 관계라는 것이다.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소위 ‘3,5,10 기준’(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 허용)도 적용되지 않는다.

김영란법이 시행됐지만, 그 법의 당위성은 차치하고 ‘직무관련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대부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시행 초기의 혼선인지, 법 자체의 허점인지는 한동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서울시와 몇몇 대기업 홍보실은 출입기자들에게 업무 편의로 제공하던 주차권을 유료로 전환했다. 기자실에 제공하던 컵라면 등을 치운 곳도 있다. 홍보담당은 기자들에게 일상적으로 보도자료를 제공하면서 기사를 부탁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어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 게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잠재적 직무관련성이 있는 관계는 3,5,10 기준이 적용된다. 직접적 청탁의 관계는 아니지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 등의 목적으로 만나는 관계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이해관계가 생길 수 있는 사이다. 대부분 정부부처는 홍보실과 기자들의 관계를 이런 틀로 보고 있다. 직무관련성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인 것이다.

법원엔 이미 직무관련성 기준에 대한 판례가 꽤 쌓여 있다. 뇌물죄, 알선죄, 배임죄 등에서 직무관련성 여부는 형량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A 씨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A 씨가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3000만원을 빌린 후, 전관 변호사 추천한 것은 직무보다는 개인적 친분관계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대로 조경업체 B 대표의 뇌물 사건에서 법원은 직무 관련이 있는 공무원에게 뇌물공여, 금품과 회식비 등을 제공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상대방과 친교가 있었고,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뇌물죄 등은 성립되지 않는다. 직무관련성 없는 친교 관계에서 돈을 빌려주거나 받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원에선 기본적으로 직무의 범위를 꽤 넓게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3년 있었던 재판에서 “직무에는 법령에 정해진 직무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있는 직무, 과거에 담당하였거나 장래에 담당할 직무 외에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직무라도 법령상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직무 등 직위에 따라 담당하는 일체의 업무”라고 정의한다. 또 다른 판례에선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 뿐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이나 사실상 관여하는 직무행위 및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한다”고 했다.

직무의 범위가 판단하기 따라 한없이 넓어 직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우선 강승호 변호사는 “뇌물죄에 적용하는 직무관련성을 김영란법에도 그대로 적용할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해석하기에 따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접하는 모든 상황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김영란법에서 말하는 직무관련성 판단은 재판사항으로 향후 개별적 사안에 대한 판례의 형성, 축적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며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사적인 친분관계가 있는지, 금품 등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직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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