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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신공] 경쟁의 품위
필자는 30여 년 전 교직에 몇 년 있다가 창업하는 학습지 회사로 가서 그 회사를 키우느라 청춘을 불살랐다. 당시 망국병이라는 과외가 금지되면서 가정 방문형 학습지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던 시절인데, 신의 직장이라는 교직을 버리면서까지 창업회사로 갔던 이유는 그만큼 학습시스템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회사 이익보다는 회원들의 학습 능력 향상에 목표를 둔 그런 시스템이었는데 그런 만큼 자부심이 강했고 당시 연수를 맡고 있던 나는 후배들에게도 그에 대한 차별화를 엄청 강조했다.

한번은 신임 교사들에게 ‘경쟁사 분석’이라는 과목을 강의 중이었는데 ‘경쟁사처럼 엉성한 시스템이었다면 나는 결코 교직을 버리고 학습지 회사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총명하게 생긴 신임 여교사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더니 ‘강사님, 아무리 경쟁사라 하더라도 너무 비하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돌발질문을 했다. 나는 가차 없이 ‘그런 정신으로 왜 우리 회사로 왔습니까? 거기가 좋으면 그 회사로 가세요!’라고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리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 정도면 주저앉겠지 했는데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이 회사가 좋아서 왔거든요.’란다.

더 이상 논쟁으로 가면 안 될 거 같아서 ‘이따 진행 본부로 오세요!’하고는 강의를 마쳤다. 본부로 뒤따라 들어서는 여교사에게 ‘아니 그 회사 사장하고 무슨 연고라도 있습니까?’라고 유치한 질문을 던졌더니 ‘아뇨, 제 가장 친한 친구가 그 회사로 갔는데요, 친구도 나름대로 그 회사 시스템에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것 같아서요.’란다.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직장인들이여!! 경쟁에서는 이겨야 한다. 그러나 상대를 무작정 깎아 내린다고만 해서 내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너도 잘 한다. 그러나 나는 이만큼 더 잘 한다’라고 해야 한다. 그 당시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경쟁의 품위’였다.

1년 뒤 나는 내 실수에 대한 보속으로 그 여사원을 연수실로 불러서 ‘경쟁사 분석’ 강의를 맡겼다!

김용전 (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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