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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덜컹거림 없는’ 스톱앤고 나온다
정체도심서 연비개선 ISG기능
운전자 소음·진동에 사용 꺼려
보쉬, 정숙성 향상 부품 개발중
2018년 양산차 탑재 기대



“꺼놓자니 연비가 떨어질까봐 걱정되고, 켜놓고 있으면 도심에서 밀릴 때 소리나 진동이 엄청 거슬려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최근 국산 신차를 구입한 A(39) 씨는 처음 접해보는 기능을 계속 사용해야 할지 끄고 운전해야 할지 답답하다며 토로했다. 구형 모델을 타다가 최신형 차를 탔더니 정차 시 엔진이 완전히 멈추고 출발 시 다시 켜지는 ‘스톱앤 고’ 기능이 처음이라 어색하다는 얘기였다. 


스톱앤 고, 에코 스타트 앤 스톱, ISG(아이들 스톱 앤 고) 등 여러 명칭으로 사용되는 이 기능은 갈수록 강화되는 연비 규제를 맞추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도입한 시스템이다. 차가 정차했을 때 엔진이 완전히 멈추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어 갈수록 보편화되는 기능 중 하나다. 한적한 고속도로보다는 차가 많이 막히는 도심 정체구간에서 상대적으로 더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운전자 중에서는 이 기능이 가동 중일 때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에 대해 신경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정체 구간이 길수록 반복 횟수가 더욱 많아지는데 이때 엔진의 온오프에 따른 소리나 진동을 못 견디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이는 비단 국내 경우뿐만 아니라 해외 운전자들도 호소하는 비슷한 불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근무하는 한 운전자도 20분 동안 엔진이 50번이나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하는 탓에 결국 이 기능을 끄고 다닌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고객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자동차 업계도 이미 인지하고 스톱앤 고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2007년부터 지난 10년간 1500만대 규모의 이 시스템 핵심 부품(유닛)을 판매한 보쉬는 2018년 양산차 탑재를 목표로 새로운 부품을 개발 중이다.

‘48볼트 하이브리드’라 일컫어지는 새로운 시스템은 48볼트 동력원이 개입해 전기적 작용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로버트보쉬코리아 관계자는 “이는 기존 스톱앤 고에서 진화한 버전으로 종전과 달리 전기가 제어하는 방식이어서 종전에 내연기관에서 시동이 멈추고 켜질 때 느끼던 덜컹거림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료 주입 여부가 아니라 전기모터로써 차의 멈춤과 움직임을 조절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카에서 전기 모드가 개입된 것처럼 소리와 진동 면에서 더욱 정숙해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물론 특정 스피드 기준을 넘어서면 내연기관처럼 엔진이 멈추고 켜지는 것이 반복되겠지만 정체 시 스피드가 낮을 때는 전기로 스톱앤 고 시스템이 가동돼 고객들이 느끼는 영향이 극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쉬는 이와 관련 해외 완성차는 물론 국내의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고객사와도 이 시스템 개발에 대해 논의 중이다.

보쉬가 이를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연비개선이다. 로버트보쉬코리아 관계자는 “스톱앤 고 상황이거나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48볼트 동력을 통해서 최대 15% 연비절감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와 동시 차 내 전기를 필요로 하는 많은 액세서리에도 전원공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리히 뮤엘하이젠 보쉬 마케팅ㆍ상품개발 총괄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엔진이 정지했다가 다시 켜질 때는 반드시 빠르고, 부드럽게 그 어떤 소음과 작은 진동조차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톱앤 고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이 기술이 최초 도입된 후에도 지금까지 개선작업을 거쳤다. 국내에서는 스톱앤 고(해당 업체 표기명은 ISG)가 최초 적용된 차종은 2010년 출시된 기아자동차 K5(TF) 택시 모델이다. 당시에는 경제형 ISG가 적용돼 정차 시 D단에서 N단으로 기어를 변속하면 시동이 꺼지는 형식의 다소 번거로움이 따랐다. 그 이후 가솔린 일부 차량에도 ISG가 적용됐지만 고가의 가격 때문에 적용이 중단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적용되는 고급형 ISG는 사용자가 N단으로 기어를 변경하지 않아도 시동이 꺼졌다 켜지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기아차의 경우 2014년 쏘렌토가 출시되면서 옵션이 아닌 전 트림 기본으로 적용됐다. 실제 3% 수준의 연비 개선효과 있다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특히 기아차가 디젤 출고 고객을 대상으로 ISG 시스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 만족률은 78%에 달했다. 연비개선 만족률 74%, 소음 및 진동에 대한 만족률은 89%로 나타났다.

해외 기업들은 스톱앤 고에 대한 정책이 조금씩 엇갈린다. 뷰익은 2018년형 모든 모델에 스톱앤 고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도 퍼시피카에 적용된 스톱앤 고 기술을 대부분의 모델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마쯔다는 2010년부터 본국인 일본에서 스톱앤 고 기술을 적용했지만 미국에서는 자체 조사 결과 대다수가 이 기능을 끄고 운전한다고 나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에는 스톱앤 고 기술을 탑재하지 않고 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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