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각 업체들은 모터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번 IFA 2016을 계기로 가전 시장에도 B2B라는 새로운 영역이 열렸다. 그동안 자사 제품에만 사용했던 핵심 부품을, 다른 경쟁사에 제공하고, 또 경쟁사의 더 좋은 부품을 다양한 가전 제품에 쓰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지시간 4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IFA 글로벌 마켓’ 행사가 열렸다. 완성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했던 IFA가 가전 제품 부품 시장을 처음으로 열고, 기업간 거래를 주선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는 7일까지 IFA 2016 전시장 내 별도로 마련된 1만㎡ 공간에서 열릴 ‘IFA 글로벌 마켓’에는 전통의 전자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 및 중국 업체 300개가 자사의 최신, 핵심 부품과 기술을 공개하고 판매에 나섰다.
이 같은 전자 B2B 마켓은 중국 시장의 성장, 그리고 중국 업체들의 부상과 관련이 깊다. 아직 핵심 기술력은 부족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장이 빠른 내수를 가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중국 업체들에 대한 핵심 부품 공급이 주목받은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사들도 B2B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LG전자 세탁기와 냉장고의 핵심 모터를 중국 및 유럽 후발 업체들에게 팔고, 또 삼성전자의 냉장고와 에어컨을 유럽 건축 회사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은 “세탁기 인버터 DD모터, 냉장고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무선 청소기 스마트 인버터 모터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경쟁력을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며 “현재 20% 수준인 부품 매출 비중을 전체 B2B 매출의 50%까지 늘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LG전자의 B2B 변신 선언은 전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IFA 글로벌 마켓’ 전시장에 별도 부스를 꾸민 것은 물론이고, 완성품 위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이 주로 전시되는 메인 전시 공간에도 30여종의 핵심 부품과 단면을 과감하게 공개 전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핵심 부품은 경쟁사를 의식에 절대 노출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과감하게 공개한 것은 물론, 설계 단면까지 보여주고 있다”며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B2B 시장에 대한 의지”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가전(CE) 부문을 이끌고 있는 서병삼 부사장도 독일에서 본격적인 B2B 진출을 선언했다. 단순 생활가전을 넘어, 시스템 에어컨과 빌트인 제품 등 건설 및 부동산 등과 결합된 도매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서 부사장은 “생활가전의 신성장동력은 B2B사업”이라며 “360카세트 등 혁신 공조솔루션으로 시스템에어컨 시장을 공략하고, 디자인과 제품 경쟁력 갖춘 라인업 확대와 전문유통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빌트인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략을 제시했다.
전체 에어컨 시장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700억 달러 수준의 시스템 에어컨, 그리고 미국에서만 40억 달러, 유럽에서는 180억 달러로 전체 가전 시장의 15%와 40%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빌트인 가전 등 양대 B2B 전략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린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B2B 사업은 경기 변동에 영향이 적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며 “이미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국내 전자업계에 B2B는 또 하나의 날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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